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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문재인 ‘비주류 경고’ 입장 발표하려다 지도부 만류로 보류

등록 2015-05-14 21:16수정 2015-05-19 11:32

‘당원에게 보낼 글’ 작성해 최고위원들 회람
“지도부 흔들기 도 넘어 당을 분열로 밀어넣어,
공천 지분 확보하려는 사심 받아들이지 않을 것”
최고위원들 “당 수습책이 먼저다” 문 대표말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보좌진체육대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보좌진체육대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당내 비주류들의 친노(친노무현계) 패권주의 청산 등의 요구를 ‘계파 나눠먹기식 공천 요구’와 ‘기득권 지키기’로 규정하고 “지도부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 기득권 정치 회귀는 공멸”이라며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입장 발표를 준비했다가 최고위원들의 만류로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말’ 논란을 빚은 정청래 최고위원에게 최고위원회 ‘출석정지’ 결정을 내리며 소강 국면으로 들어가는 듯했던 새정치연합의 내홍이 더욱 깊어져 가는 상황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표는 14일 “분열은 공멸입니다. 이제 단결해야 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당원들에게 보낼 글을 작성해 최고위원들과 주요 당직자들에게 회람한 뒤 의견을 구했다. 문 대표는 직접 쓴 것으로 알려진 이 글에서 “패배의 책임을 막연하게 친노 패권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온당한지 묻고 싶다”며 “당 일각의 지도부 흔들기는 지금 도를 넘었다. 당을 분열과 혼란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규정했다. 문 대표는 이어 “계파 패권적 공천은 있을 수 없다”며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거나 공천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심이 있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패권주의를 성토하면서 패권주의를 보이는 행태야말로 역패권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제가 정치를 안 하면 안 했지, 당대표직을 온존하기 위해 그런 부조리나 불합리와 타협하고 싶지는 않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표 쪽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전날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와 회동한 자리에서 공천혁신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사퇴 의사를 밝힌 비주류 쪽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위원장을 맡기자는 제안 등을 듣고 비주류들의 요구를 ‘공천 지분 나누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사실상 비주류 쪽에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회동 뒤에 문 대표는 “나는 사심이 없다. 부당한 공격에 정면돌파하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 대표의 이런 카드는 “당 수습책이 먼저다.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전에 수습책이 나와야 한다”는 최고위원들의 만류에 일단 중단됐다. 한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수습책이 먼저라는 최고위원들의 의견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비주류 쪽은 불편한 심경을 비치면서도 공식적인 발표가 아닌 이상 일단 지켜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간 당내에 잠복해 있던 친노-비노 간의 불신이 이것을 계기로 전면전으로 흘러갈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주류 쪽 한 수도권 의원은 “문 대표가 반대 의견을 듣겠다고 해서 가감없이 전달하기 위해 ‘통합의 가장 좋은 방법은 공동의 이해가 걸린 요직에 반대파의 상징적 인물을 앉히는 것’이란 취지의 뜻을 전달했는데, 그걸 공천권을 요구한 것으로 몰아가려고 하면 우리는 답이 없다”고 불쾌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친노의 좌장으로 갈 것인지,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가 될지 선택하라”는 입장을 보였던 김한길 전 대표는 “할 말 없다”며 반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김한길 전 대표 쪽 한 관계자는 “문 대표는 친노의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가겠다고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준 이정애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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