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맨 앞)가 14일 오후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보좌진체육대회에서 고무신을 발에 걸어 던지는 경기에 참가해 과녁 한복판을 명중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막말’ 논란을 빚은 정청래 최고위원에게 최고위원회 ‘출석 정지’ 결정을 내리며 일단 숨을 돌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문 대표 쪽은 ‘미봉책’을 내놨을 경우 예상되는 역풍을 우려하며 수습책 발표 내용과 시기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문 대표는 14일 최고위원들과 주요 당직자들을 소집해 최근 당 내홍 수습책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김성수 대변인은 “당 쇄신안을 빨리 내놔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며 “구체적 쇄신 방안은 최고위원 등과 논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선 당 지도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위해 광주를 방문하기 전에 쇄신안을 발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그동안 언급을 자제하던 오영식 최고위원까지 “당직 개편을 통한 인적쇄신 결단을 내리고, 당의 운영과 의사결정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해야한다”고 문 대표를 겨냥해 수습책을 촉구했다. 당 대표를 거쳤던 정세균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나와 “책임을 느끼고 당을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 쪽에서는 일단 광주 방문 등을 계기로 호남 민심과 당 안팎을 달래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수습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직 교체 등 인적쇄신과 의사 소통 구조의 개선 등도 고민중이다. 문 대표 쪽의 한 당직자는 “당분간 두드려 맞더라도 시간을 두고 혁신동력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비주류 쪽에서는 “문 대표의 상황인식이 안이하다”며 일단 문 대표가 내놓을 수습책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남 여수에 내려간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 “저는 이미 ‘백의종군’을 한 사람“이라며 “‘패권정치 청산’에 대한 답은 이미 우리당의 강령과 정강정책 속에 모두 나와 있다”고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거듭 요구했다.
문 대표는 이날 새정치연합 보좌진 체육대회에 참석해 “요즘 우리 당에도 비가 많이 오고 있고 바람도 많이 불고 있다”며 “비 온 뒤에 땅이 많이 굳는다고 하듯 우리 당이 더 단단하게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은 이날 오후 첫 회의를 열어 ‘공갈 발언’으로 제소된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심의에 착수했다. 강창일 심판원장은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윤리심판원은 정치적인 고려나 사사로운 감정에 의해 판단하지 않는다”며 “가능하면 빨리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심판위원들은 오는 20일 예정된 2차 회의에 정 최고위원의 출석을 통보해 직접 소명을 듣고 징계 여부를 의결할 계획이다.
이승준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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