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최고위 내분 격화
정·주 ‘친노 패권’ 싸고 충돌
유승희 뜬금없이 ‘노래 한 곡조’
권노갑·박지원 회동에선
“문재인 재보선 패배 책임져야”
손 붙잡았지만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맨 왼쪽)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하겠다. 지도부도 사퇴하라”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서 나가려하자 문재인 대표가 손을 뻗어 만류하고 있다. 이에 앞서 정청래 최고위원은 주 최고위원을 겨냥해 “사퇴한다고 공갈을 치고 물러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8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정청래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거친 말싸움을 벌인 끝에 주 최고위원이 “저는 사퇴하겠다. 모든 지도부들 사퇴해야 한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 당이 발칵 뒤집혔다. 4·29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새 원내대표 선출로 내부 수습에 들어간 지 하루 만에 또다시 ‘내분’에 빠진 새정치연합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상황은 주 최고위원이 재보선 참패 원인으로 ‘친노 패권주의’를 다시 거론하자 정 최고위원이 ‘독설’로 받아치며 불거졌다.
-주승용: “(친노) 패권주의의 또다른 이름이 비공개, 불공정, 불공평이라고 생각한다. 제갈량이 와도 우리 당내 갈등 해결 못하겠지만, 제갈량의 공개, 공정, 공평이란 ‘3공 정신’을 되새긴다면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청래: “공개, 공정, 공평도 중요하지만,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단결에 협조했으면 좋겠다.”
-주승용: “공개석상에서 이런 말씀 치욕적이다. 저는 사퇴하겠다. 모든 지도부들 사퇴해야 한다.”
발언을 마친 주 최고위원은 회의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문재인 대표와 강기정 정책위원장이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급박한 일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유승희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 순서가 되자 “어버이날을 맞아 어제 경로당에 가서 노래를 불러드리고 왔다”며 고 백설희씨의 ‘봄날은 간다’를 불러 주변을 당황하게 했다.
최고위가 마친 뒤 주 최고위원은 별도의 입장자료를 통해 “답변을 기다렸으나 돌아온 것은 폭언이었다. 이것이 바로 패권정치의 폐해다”라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이 문 대표 편에 서서 ‘비주류’의 요구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반면 정 최고위원은 이후 기자들에게 “사퇴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말고 당을 위해 협력하자는 취지의 말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표는 정 최고위원을 겨냥해 “생각이 다르다 해서 공개석상에서 그렇게 말씀한 것은 조금 과했다”며 “두 분이 만나 풀고 적절한 사과도 하면 상황이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수습에 나섰다. 당 내부에서는 “정 최고위원의 발언이 지나쳤다.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한편의 ‘막장 드라마’가 펼쳐진 것에 대해 당 내부에서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 “비상한 시기에 꼭 이래야 하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최고위원은 “선거 패배의 책임은 지도부 모두에게 있다. 이제 논의를 통해 수습하려는데 밖에다 대고 이러는 건 옳지 않다”며 “해프닝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계파 갈등이 녹아 있으니 서둘러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박지원 의원과 권노갑 상임고문이 만나 4·29 재보선 패배와 관련해 ‘문재인 책임론’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주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과 맞물리며 심각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둘 사이의 대화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면서도 “문 대표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거취 문제를 언급했느냐는 질문엔 “지도자는 결정과 책임을 지는 것이니까 (거취 문제는) 문 대표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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