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오른쪽은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위기의 야권 ③ 새정치연합 무엇을 해야 하나
‘제1야당’ 안주하지 말고
내부 혁신동력 축적 힘 쏟아야
‘제1야당’ 안주하지 말고
내부 혁신동력 축적 힘 쏟아야
4·29 재보궐선거에서 전패한 새정치민주연합엔 치열한 위기의식도, 성찰의 진정성도 안 보인다. 패배의 원인을 야권의 ‘분열’과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물타기 선동’에 넘어간 ‘유권자의 몽매함’ 탓으로 돌리려는 분위기마저 읽힌다. 새정치연합의 한 개혁성향 초선의원은 3일 이번 재보선 결과를 두고 “보수의 부패와 거짓말을 심판하려면 진보가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초선의원의 말은 ‘선악 이분법’에 기초한 ‘도덕적 우월의식’이 당내 주류세력 일각에 얼마나 뿌리깊은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러나 야권 안팎 전문가들의 평가와 주문은 다르다. 과잉 도덕화된 정치논리와 기득권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혁신을 통해 유권자들의 신뢰를 쌓아갈 인적 쇄신이 이뤄지지 않고선 새정치연합에 집권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대선주자들 경쟁하면서도 유기적 협력 시스템 마련해야”
① ‘분열’, 남탓만 하지 말라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분열-통합의 프레임부터 버려야 한다”고 했다. 제1야당의 기득권 옹호 논리이자 야권의 혁신을 가로막는 주범 자체가 ‘분열 필패론’이란 것이다. 야권 전체뿐 아니라 당내와 지지층 내부의 차이와 이질성을 인정할 때 ‘경쟁을 통한 실력 향상’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도 “당내에선 2010년 서울시장 선거는 노회찬 때문에 졌고, 2012년 대선은 안철수·이정희·국정원 때문에 졌고, 이번 재보선은 정동영·천정배 탈당 때문에 졌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며 “패배 원인을 내부에서 찾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면 엄중한 책임규명도 정교한 대안 마련도 어려워진다”고 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분열 필패론’도, ‘선악 이분법’도 결국은 현역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본다. 이 소장은 “야권 내부의 경쟁, 당 내부의 경쟁을 활성화시키는 게 관건”이라며 “무엇보다 새정치연합 내 현역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과도하게 보호해주는 의사결정·공천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②내부 먼저 동맹하라
내부를 혁신하려면 동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정치연합에 혁신의 동력 자체가 존재하는지 의심한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누리당이 ‘수직 계열화’와 ‘수평적 통합’이 완성된 ‘대기업 정당’이라면, 새정치연합은 업주들이 자기 매장 매출 올리는 데 급급한 ‘프랜차이즈 정당’에 가깝다”며 “대선주자가 됐든 계파 수장들이 됐든 경쟁하면서도 집권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섀도캐비닛(그림자내각) 형태의 집권 플랜이나, 대선주자들의 ‘정치적 동맹’을 통해 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관계자도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당대표 혼자 힘으로 혁신을 추동할 수 없는 게 이 당의 상황 아니냐”며 “1970~80년대 야당에서 양김(김대중·김영삼)이 했던 것처럼 집권을 위한 지도자 간의 ‘비상 동맹체제’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집권이라는 공동 목표 위해
힘 합칠 제도적 기반 필수적
지역·직능조직으로 눈돌려 물갈이
IMF·삼포 세대 등 인재수혈을
호남뿐 아닌 전국적 인적 쇄신 필요 ③인재를 폭넓게 충원하라 혁신도 ‘사람’이 하고, 혁신의 결과도 ‘사람’으로 보여줘야 한다. 과거 야당의 인재 충원 저수지는 ‘재야·학생운동권’이었다. 하지만 운동권의 퇴조와 그동안의 잦은 차출로 이 인재풀은 고갈된 지 오래다. 대중매체 등에서 확보된 명망성·인지도를 고려한 영입작업도 대부분 실패로 판명났다. 전문가들은 ‘지역’과 ‘직능 조직’으로 눈을 돌릴 것을 주문한다. 이철희 소장은 “노조 등 현장 조직 경험자”, 조국 교수는 “지방 의원과 지역 시민운동가”, 새정치연합의 한 초선의원은 “486 출신 정보통신(IT)·사회적기업 경영자와 문화예술계 전문가집단”을 우선 영입 대상으로 제안했다. 당 핵심 지지층이 선호하는 대상에 경도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당의 한 초선의원은 “당원은 물론 의원들 역시 유신세대, 486세대는 넘쳐나는데, 아이엠에프(IMF) 세대(70년대 이후 출생 세대), ‘삼포세대’(80년대 이후 출생 세대)가 없다”고 말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새정치연합의 지지층에 대해 “진보성향이 뚜렷한 ‘핵심 지지층’과 지지층 다수를 차지하는 ‘비능동적·중도적 유권자층’의 괴리가 크다는 게 직시해야 할 현실”이라며 정치적 선명성이나 사회운동 경력만이 충원의 핵심 기준이 돼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④‘호남 민심’의 본질을 읽어라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의 민심 이반은 4·29 재보선에서 처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당선은 지역에서 ‘왕’처럼 군림해온 국회의원들에 대한 반감 요인이 큰 만큼 인위적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게 당과 지역의 중론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보수적 관료·교수 출신이 아닌, 개혁적이고 유능한 지역 신인들에게 진입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그러려면 현역 기득권을 과감히 제약하고 경쟁의 프리미엄을 신인들에게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호남의 헌신’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철희 소장은 “대권과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지역의 정치인들을 당 차원에서 키우고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제는 현역 의원들의 저항이다. 한 중견 당직자는 “호남만 물갈이해서는 기득권 저항을 부르고 지역민의 또다른 박탈감을 자극할 수 있다”며 “수도권·중부권 역시 단수공천을 최소화하고 필요하면 다선의원뿐 아니라 486 중진의원, 친노계까지 인위적 물갈이도 회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끝>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힘 합칠 제도적 기반 필수적
지역·직능조직으로 눈돌려 물갈이
IMF·삼포 세대 등 인재수혈을
호남뿐 아닌 전국적 인적 쇄신 필요 ③인재를 폭넓게 충원하라 혁신도 ‘사람’이 하고, 혁신의 결과도 ‘사람’으로 보여줘야 한다. 과거 야당의 인재 충원 저수지는 ‘재야·학생운동권’이었다. 하지만 운동권의 퇴조와 그동안의 잦은 차출로 이 인재풀은 고갈된 지 오래다. 대중매체 등에서 확보된 명망성·인지도를 고려한 영입작업도 대부분 실패로 판명났다. 전문가들은 ‘지역’과 ‘직능 조직’으로 눈을 돌릴 것을 주문한다. 이철희 소장은 “노조 등 현장 조직 경험자”, 조국 교수는 “지방 의원과 지역 시민운동가”, 새정치연합의 한 초선의원은 “486 출신 정보통신(IT)·사회적기업 경영자와 문화예술계 전문가집단”을 우선 영입 대상으로 제안했다. 당 핵심 지지층이 선호하는 대상에 경도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당의 한 초선의원은 “당원은 물론 의원들 역시 유신세대, 486세대는 넘쳐나는데, 아이엠에프(IMF) 세대(70년대 이후 출생 세대), ‘삼포세대’(80년대 이후 출생 세대)가 없다”고 말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새정치연합의 지지층에 대해 “진보성향이 뚜렷한 ‘핵심 지지층’과 지지층 다수를 차지하는 ‘비능동적·중도적 유권자층’의 괴리가 크다는 게 직시해야 할 현실”이라며 정치적 선명성이나 사회운동 경력만이 충원의 핵심 기준이 돼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④‘호남 민심’의 본질을 읽어라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의 민심 이반은 4·29 재보선에서 처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당선은 지역에서 ‘왕’처럼 군림해온 국회의원들에 대한 반감 요인이 큰 만큼 인위적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게 당과 지역의 중론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보수적 관료·교수 출신이 아닌, 개혁적이고 유능한 지역 신인들에게 진입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그러려면 현역 기득권을 과감히 제약하고 경쟁의 프리미엄을 신인들에게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호남의 헌신’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철희 소장은 “대권과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지역의 정치인들을 당 차원에서 키우고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제는 현역 의원들의 저항이다. 한 중견 당직자는 “호남만 물갈이해서는 기득권 저항을 부르고 지역민의 또다른 박탈감을 자극할 수 있다”며 “수도권·중부권 역시 단수공천을 최소화하고 필요하면 다선의원뿐 아니라 486 중진의원, 친노계까지 인위적 물갈이도 회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끝>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