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정치권에서 오가는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고려할 때,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관련 수사를 여야의 불법 정치자금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황 장관은 또 참여정부 시절 이뤄진 성 전 회장에 대한 두차례의 특별사면에 대해서도 “(만일 특별사면에 대한 로비가 있다는) 단초가 있으면 수사하겠다”고도 말했다.
황 장관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현안 보고 도중,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해 허태열·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8명을 우선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서기호 정의당 의원의 요구에 대해 “물론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 기재된 8명에 대한 수사가 일차적 수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특정인(성 전 회장)이 특정인(8명)을 찍어서 기재한 것만 갖고 검찰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수사에 착수한다고 하면 합리적, 객관적인 증거를 찾아서 수사를 해나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성 전 회장이 전달한 금품이 2012년 대선 자금일 가능성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데 대해서는 “검찰이 법리와 자료를 검토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다만 수사는 증거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성 전 회장이) 말한 내용이 오래전 일이고 메모 작성자는 돌아가셨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청와대 등의 수사 개입과 관련해 “만일 (수사 상황 관련 보고) 요구가 있을 경우 (법무부 장관이) 법적으로 수사 보고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느냐”고 물었다. 황 장관은 이에 대해 “자제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장관이 이를 거부할 법적 제도적 장치는 없다”면서도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요청이 있더라도 자제를 요청하고 자료가 오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참여정부 시절 이뤄진 성 전 회장에 대한 두차례 특별사면이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 집중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성 전 회장이 참여정부 시절 두번째 사면을 받기 전 경남기업에서 32억원이 인출됐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참여정부 시절 사면에 대한 로비가 없었는지에 대해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황 장관은 “특별사면을 거듭해서 받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다소 이례적인 사면에 대해서 국민이 걱정하는 것으로 안다”며, 특별사면 로비 의혹 수사 요구에 대해선 “단초가 있으면 수사하겠다. 지금은 그런 단초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한편, <채널에이>는 이날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이 최근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경남기업의 최근 10년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2010년 이전에 있었던 성완종 회장의 금품 로비 관련 의혹들까지 모두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2006년 9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진 10만달러의 자금 출처는 물론, 성 전 회장이 2007년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건넸다고 주장한 7억원의 흐름도 추적 대상이고, 여기에 2007년 말 노무현 정부 시절 마지막 특별사면에 대한 의혹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라고 보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