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개최 합의…시기는 이견
박종철 사건 축소 수사 의혹
새정치 “반드시 낙마시킬 것”
박종철 사건 축소 수사 의혹
새정치 “반드시 낙마시킬 것”
여야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담당 검사로서 사건의 은폐·축소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주례회동을 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1월26일)된 지 거의 두 달 만이다.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주례회동 뒤 브리핑에서 “청문회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실시하되 일정은 25일 인사청문특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가 협의해서 정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여당에서는 오는 30일 청문회를 한 뒤 7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야당은 자료 검토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다음달 6일 이후 열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애초 2월11일에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 후보자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담당 검사로서 사건 축소·은폐에 가담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새정치연합 등 야당의 반대에 부닥쳐 인사청문회는 열리지 못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 인사청문위원회의와 비공개 원내대책회의 등을 열어 청문회 개최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지난주부터 ‘더이상 청문회 일정을 거부했다간 국정 발목잡기를 한다는 역공을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힘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사청문특위에서 일부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다수는 인사청문회 절차를 밟자는 의견을 냈다”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특위 위원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 청문회를 열어 후보자 해명을 듣고 국민 의사를 수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 쪽 청문위원들은 청문회 개최에는 합의해 줬지만, 검찰로부터 6000여쪽에 이르는 박종철 수사 자료를 제출받아 박 후보자가 박종철 치사 사건 축소·은폐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밝혀내 반드시 박 후보자를 낙마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인 이종걸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청문회 결과를 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 봐도 박 후보자는 대법관 후보로서 부적격”이라고 말해 청문보고서 채택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국회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을 비롯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5개 단체는 여야의 청문회 개최 합의에 대해 일제히 비판 성명을 내고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김제남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두 당이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며 청문회 참석 여부를 25일 의총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변 등도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사법권의 독립을 옹호해야 할 대법원에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대법관이 임명된다면 이는 일시적인 업무 공백보다 더 큰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박 후보자에게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임명 제청 철회를 요청했다.
이정애 정환봉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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