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부 씨(가운데)가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 철회 촉구 공동 기자회견에 참여하고 있다.
[인터뷰] 고 박종철 형 박종부씨
“종부야, 막내가 죽었데이.”
1987년 1월15일 아침, 형사들 손에 이끌려 찾아간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회의실에는 아버지가 열명 남짓한 경찰 간부에 둘러싸인채 오열하고 있었다. 박종부씨는 그곳에서 동생 종철의 죽음을 아버지로부터 처음 전해들었다. 동생의 죽음은 박씨의 삶에 평생에 걸친 짐으로 남았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청문회 개최 여부를 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던 23일 오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박종부씨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박씨는 28년 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고 숨진 서울대생 박종철의 형이다. 그는 새정치연합에서 들려오는 청문회 불가피론에 대해 “결코 타협해선 안 되는 일”이라며 “제1야당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공개된 기록만 봐도
물적 증거만 없지…
몰랐다면 무능했던 것이고
따라서 대법관 자격도 없어” “왜 청문회를 서두르려
하는지 알수가 없다…
정말 박상옥 진실 캐고싶다면
수사기록 다 들여다보면 돼” - 야당 안에선 이제 청문회를 열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문회를 열면 묻혔던 진실이 밝혀지나. 이완구 총리 때도 봤지 않나. 그 흠결 많고 부도덕한 사람이 청문회 무사통과해 떵떵거리고 있다. 그런 상황을 우려하는 거다. 새정치연합에 되묻겠다. 지금까지 청문회가 진실을 밝히는 장이 되어본 적이 있는가?” - 박상옥 후보자가 고문치사 사건의 축소·은폐에 가담했다고 생각하나. “확신한다. 공개된 얼마 되지 않는 기록만 봐도 물적 증거만 없지, 정황상으로는 공범의 존재나 경찰 수뇌부의 은폐 의도를 알고도 덮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고문 경찰 강진규를 기소한 것도 부장검사 지시가 아니라 자기 판단에 따라 한 것이다. 만약 몰랐다고 하면 그는 검사로서 무능했던 것이고, 따라서 대법관 자격도 없다.” - 새정치연합은 ‘국정 발목잡기’라는 여당과 보수언론의 공격을 부담스러워 한다. “보수언론 탓하지 마라. 그 보수언론들이 방법을 이미 친절하게 가르쳐 주지 않았나. 검찰 수사기록 요구해서 꼼꼼히 들여다보면 된다. 6000페이지가 넘는다고 들었다. 정말 박상옥의 진실을 캐고 싶다면 그 기록을 다 들여다보고, 박상옥 말대로 막내검사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판단되면 청문회 열어 통과시켜주면 되는 일이다.” - 수사기록은 청문회 일정을 잡은 뒤 여야가 함께 검토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역으로 묻고 싶다. 수사기록을 일단 본 뒤 청문회를 할지 말지를 판단해도 되는 것 아닌가? 왜 청문회를 서두르려하는지 알 수가 없다.” - 수사기록은 여러차례 검찰에 요청하지 않았나? “유가족 단체에서 3차례에 걸쳐 했는데, 공판기록만 받았다. 박상옥 등이 작성한 수사보고서는 개인정보가 들어있고, 공개할 경우 국가적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사안이어서 내줄 수 없다는 회신이 왔다. 이게 말이 되나. 박상옥으로 인한 분란의 소지를 우리가 없애주겠다는 것인데….” - 야당 의원들은 만나봤나? “이종걸 인사청문위원장과 청문위원 보좌진들을 몇번 만났다. 전반적으로 새정치연합이란 당 자체가 언제라도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집단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결기도 없고 전략도 없다.” - 청문회가 지연되면서 ‘사법 공백’이 길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말도 안 된다. 대법관 한 명이 없다고 대법원이 안 돌아가면, 이게 정상적 사법 기능이 작동하는 나라란 말인가.”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물적 증거만 없지…
몰랐다면 무능했던 것이고
따라서 대법관 자격도 없어” “왜 청문회를 서두르려
하는지 알수가 없다…
정말 박상옥 진실 캐고싶다면
수사기록 다 들여다보면 돼” - 야당 안에선 이제 청문회를 열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문회를 열면 묻혔던 진실이 밝혀지나. 이완구 총리 때도 봤지 않나. 그 흠결 많고 부도덕한 사람이 청문회 무사통과해 떵떵거리고 있다. 그런 상황을 우려하는 거다. 새정치연합에 되묻겠다. 지금까지 청문회가 진실을 밝히는 장이 되어본 적이 있는가?” - 박상옥 후보자가 고문치사 사건의 축소·은폐에 가담했다고 생각하나. “확신한다. 공개된 얼마 되지 않는 기록만 봐도 물적 증거만 없지, 정황상으로는 공범의 존재나 경찰 수뇌부의 은폐 의도를 알고도 덮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고문 경찰 강진규를 기소한 것도 부장검사 지시가 아니라 자기 판단에 따라 한 것이다. 만약 몰랐다고 하면 그는 검사로서 무능했던 것이고, 따라서 대법관 자격도 없다.” - 새정치연합은 ‘국정 발목잡기’라는 여당과 보수언론의 공격을 부담스러워 한다. “보수언론 탓하지 마라. 그 보수언론들이 방법을 이미 친절하게 가르쳐 주지 않았나. 검찰 수사기록 요구해서 꼼꼼히 들여다보면 된다. 6000페이지가 넘는다고 들었다. 정말 박상옥의 진실을 캐고 싶다면 그 기록을 다 들여다보고, 박상옥 말대로 막내검사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판단되면 청문회 열어 통과시켜주면 되는 일이다.” - 수사기록은 청문회 일정을 잡은 뒤 여야가 함께 검토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역으로 묻고 싶다. 수사기록을 일단 본 뒤 청문회를 할지 말지를 판단해도 되는 것 아닌가? 왜 청문회를 서두르려하는지 알 수가 없다.” - 수사기록은 여러차례 검찰에 요청하지 않았나? “유가족 단체에서 3차례에 걸쳐 했는데, 공판기록만 받았다. 박상옥 등이 작성한 수사보고서는 개인정보가 들어있고, 공개할 경우 국가적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사안이어서 내줄 수 없다는 회신이 왔다. 이게 말이 되나. 박상옥으로 인한 분란의 소지를 우리가 없애주겠다는 것인데….” - 야당 의원들은 만나봤나? “이종걸 인사청문위원장과 청문위원 보좌진들을 몇번 만났다. 전반적으로 새정치연합이란 당 자체가 언제라도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집단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결기도 없고 전략도 없다.” - 청문회가 지연되면서 ‘사법 공백’이 길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말도 안 된다. 대법관 한 명이 없다고 대법원이 안 돌아가면, 이게 정상적 사법 기능이 작동하는 나라란 말인가.”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