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좌 쪽에서 변절자라고 욕먹고, 우 쪽에서도 변절자로 욕을 먹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제3의 길로 들어섰다. 북한인권 운동을 넘어서 우리 사회를 이끌 새로운 담론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한겨레가 만난 사람]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반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새누리 국익보다 당 우선…야당 ‘북한 인권’ 침묵은 실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반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새누리 국익보다 당 우선…야당 ‘북한 인권’ 침묵은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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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록 공개한 국정원장도
그냥 군인으로 사셨어야 “1년 만에 상황이 많이 변했는데. 제가 변한 것 같지는 않다. 제가 총선 나올 때 기치가 종북 청산이었다. 그래서 소위 우파 진영에서 기대를 많이 한 거 같다. 그런데 제가 일차적으로 종북 개념을 놓고 우파와 부딪쳤다. 나는 종북 개념을 좁게 봐야 한다고 했는데 우파 진영은 통합진보당과 연합한 민주당도 심지어 종북이라고 주장했다. 그때부터 하태경은 종북 물이 덜 빠졌다고 하더라. 하하. 거기에 ‘우리민족끼리’ 문제가 나왔을 때 내가 인권문제를 들어 회원 공개를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랬더니 공개한 친구들이 욕을 하더라. 그러나 격려도 많았다.” -대화록 공개는 애초 국정원이 했다. 대선 개입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니까 그랬던 것 같은데? “국정원장 개인의 캐릭터가 많이 반영된 거 같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평생 군인이다. 반공으로 무장될 수밖에 없고, 북한에 우호적인 세력이나 발언을 용서할 수 없는(그런 사람이다). 국정원장 개인으로 보면, 용서할 수 없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한 거 같다. 나라를 위해서 온갖 비난을 맞더라도 해야 할 일로 판단한 거 같다. 제가 비판하는 게 그럼 군인으로 사셨어야 한다. 군인과 국정원장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아직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의 댓글 작업에 대해서는 그동안 별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했던데? “댓글은 사실 심각하게 안 본다. 국정원 업무 중 하나가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대응하는 기능이고, 또 하나는 북한 댓글부대와 국내 종북세력에 대한 대응이다. 4대강 문제나 원전, 세종시, 한-미 에프티에이, 박원순 등등까지 종북 범위를 너무 광범위하게 잡은 것은 문제였다. 물론 이것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 개인의 캐릭터가 많이 반영된 거 같다. 원 전 원장이 광우병(촛불집회)을 거치면서 종북 문제를 너무 광범위하게 해석한 것이다. 여기에 대해 국정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댓글이 많이 안 달린 거 같다. 한명이 올린 글이 3~4일에 한두개 이런 정도다.” -그것은 국정원이 미처 못 지우고 남은 것일 뿐 애초 국정원이 단 댓글의 숫자가 아니다. 전체 댓글 작업은 훨씬 더 많았다고 검찰이 밝힌 바 있다. “댓글은 개인 컴퓨터에서 지울 수는 있어도 서버에 있는 것은 개인이 지울 수가 없다. 지워도 댓글을 단 횟수는 남는다. 어떻게 지울 수 있지? 만일 그랬다면 그건 해킹으로 또다른 범죄다.” 부산에서 초·중·고를 다닌 하 의원은 1986년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학생운동에 뛰어든 그는 전대협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지내는 등 엔엘(NL·민족해방) 계열의 학생운동 지도자로 활동했다. 그가 속한 운동권은 주사파와는 거리가 멀지만, 민족주의 성향이 강했다. 그는 두번의 감옥생활을 마친 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북한인권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전두환, 박정희보다 더 큰 악을 발견하면서 내 마음속의 정의감이 용납을 안 했다”고 말했다. 2005년 ‘열린북한방송’을 만들어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북한인권법을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다투고 있는데? “야당이 반대하는데 실수하는 것이다. 큰 짐이 될 것이다.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하는데, 물론 법이 통과되면 북한이 화를 내겠지만 몇 달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이 북한인권법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미국 북한인권 특사가 북한까지 다녀온다. 북한이 다 수용하는 것이다. 인권법이 되면 북한인권 문제는 민간 주도로 교통정리가 될 것이다. 정부는 납북자, 국군포로, 이산가족을 중심으로 북한과 대화하고, 그외 인권문제는 민간단체가 주도하고, 그러다가 북한이 수용하는 부분은 다시 정부가 하고 이렇게 교통정리가 돼야 한다.” -북한인권 문제는 보수 쪽이 열심이고 진보는 외면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좌파가 치명적 실수를 하고 있다. 과거 유럽에서 사회주의 계열과 마르크스·레닌 계열이 코민테른을 같이 하다가 소련 스탈린이 수용소를 만들 때 내부에서 격론이 붙었다. 우파 독재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독재도 비판하자는 쪽이 있었고, 목적이 다른 사회니 비판하면 안 된다는 세력이 있었다. 결국 비판하지 않고 침묵한 세력은 몰락해 갔다. 한국 좌파는 지금 성찰 능력이 떨어지고 깊이가 없다. 1980년대 이후 좌파는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토대 없이 좌파 이념만 가졌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엔엘이건 피디(PD·민중민주)건 침묵했다. 그 과오가 아직도 민주당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북 인권법 반대하는 야당
남북관계 악화 우려된다지만
비판할 때 침묵하는 건 실수 이 대목에서 그는 자신을 뉴라이트라고 분류하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내가 우파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인권운동 할 때도 나는 좌파이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걔네(운동권 동지)들이 저보고 너는 좌파가 아니다, 우파라고 했다. 그러면서 뉴라이트가 나오자, 나를 끼어주지 않았다. 그래, 그러면 좋다면서 운동했던 사람을 설득해서 따로 세력을 구축하다 보니까 새누리당까지 왔다”고 말했다. -북한인권 운동의 최종 목적지는 북한 정권의 몰락인가, 점진적인 개선인가? “인권운동 하는 사람마다 다를 텐데, 저는 목표가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 정도가 되는 것이다. (북한이) 그 정도였다면 아마 인권운동을 안 했을 것이다. 지금도 북한은 인터넷 접속이나 국제전화가 안 된다. 직업 선택이나 이동의 자유도 없다. 박정희 유신(시절) 정도 수준이 되는 게 목표다.” -의정 활동 1년이 지났는데 안에 있을 때와 밖에 있을 때의 정치가 뭐가 다르던가? “국회라는 도구를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다는 것을 느꼈다. 유엔인권위에서 북한조사위를 발족시킨 게 대표적 사례다. 이 문제는 외교부가 다른 나라랑 얼굴 붉히는 문제 때문에 소극적이었고, 부정적이었는데도 제가 대통령을 설득하고 이러면서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지지입장으로 돌아서서 성사됐다.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념적으로는 좌인가 우인가? 앞으로 정치적 목표가 있다면? “제가 지금 이중 변절자로 몰리고 있다. 좌 쪽에서는 변절자라고 욕을 먹고, 이번에는 우 쪽에서도 변절자로 욕을 먹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제3의 길로 왔다. 그런 게 안철수 현상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것이 정책으로 정식화가 안 되고 세력으로 모양이 안 잡혔다. 그 길을 개척하는 것이 저한테 주어진 일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새로운 담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북한인권 운동가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행동으로 구축해 나가는 길을 걸어온 것이 지난 1년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는 보수 주류와 불화하는 것을 겁내지 않았다. 운동권에서 보수진영으로 둥지를 옮긴 다른 인사들과 다른 점이다. 오히려 “제가 목소리를 내니까 주변에서 생각이 같다는 의원들이 자꾸 생긴다. 새누리당 안에서 새로운 건강한 흐름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독자 행보가 일시적인 현상에 머물지는 않을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시사게이트#3] 메이드 인 국정원, 몸통을 찾아라!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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