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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소득하위 60%까지 ‘반값’ 지원…등록금 인하는 유도안해

등록 2013-01-02 19:47수정 2013-01-04 08:36

하위 20% 전액 장학금 지급
현재 제도 수혜대상 대폭 넓혀

지급기준, 국공립대 등록금서
재학중인 학교 등록금으로 바꿔

내년 예산 44% 더 필요한데
등록금 인상분까지 떠안아야
집중점검 박근혜의 약속
①반값 등록금

‘반값 등록금’은 박근혜 당선인의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다.

박 당선인은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공부할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누구든지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2014년까지 대학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등록금 부담 완화를 순차적으로 하기 위해 올해 관련 예산도 지난해보다 5688억원(국가장학금 증액분 5250억원+학자금 대출이자 감액분 436억원 등) 늘렸다.

그런데 박 당선인의 ‘반값 등록금’이란, 등록금 고지서에 찍히는 액수 자체가 반값으로 줄어드는 게 아니라, 부모의 소득에 따라 학생들에게 국가가 장학금을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다. 그런데 그 대상이 전체의 80%여서 소득 상위 20%를 제외하고는 모두 혜택을 받는다. 박 당선인은 실제 대학 등록금 액수와 무관하게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1~2분위에는 전액 국가장학금을 지급하고, 3~4분위에는 75%, 5~6분위에는 50%, 7~8분위에는 25%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소득 상위 20%인 9~10분위에는 ‘든든학자금’(취업후 등록금 상환제) 대출 자격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다 셋째 자녀부터는 소득과 상관없이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국가장학금 제도는 ‘Ⅰ유형’과 ‘Ⅱ유형’으로 나뉜다. ‘Ⅰ유형’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소득 1~3분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기준은 국공립대 등록금이다. 이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는 국공립대 등록금의 100%(최대 450만원), 소득 1분위는 50%(225만원), 소득 2분위는 30%(135만원), 소득 3분위는 20%(90만원)를 장학금으로 받았다. 소득 4~7분위에 해당하는 학생은 ‘Ⅱ유형’ 장학금을 받는데, 이는 국가가 각 대학에 예산을 지원하면 대학에서 학교의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소득 8분위 이상은 장학금은 물론 ‘든든학자금’ 대출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박 당선인 반값 등록금 공약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가장학금 제도의 수혜 대상과 지원 액수를 확대한 것이다. 장학금 지급 기준을 지금처럼 국공립대 등록금이 아니라 다니는 학교의 실제 등록금으로 바꿨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가령, 등록금 737만원(지난해 4년제 사립대 등록금 평균액)인 사립대에 다니는 기초생활수급 학생이라면, 올해까지는 국가장학금을 100% 지원받더라도 기준인 국공립대 등록금 450만원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에 차액인 287만원을 개인적으로 더 내야 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공약이 시행되는 2014년부터는 이 학생은 등록금 부담이 사라진다. 대상도 늘어나 소득 하위 20% 가정까지 대학 등록금 부담이 없어지는 것이다. 대학 사정과 학점 등 복잡한 기준에 따라 각기 다른 장학금을 받던 소득기준 중산층 및 중하류층 가정인 3~7분위 가정의 학생들도 실제 등록금의 25~75%를 국가로부터 지원받게 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지난해 9월3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열린 잡페스티벌 현장을 방문한 뒤 돌아가던 중, 총학생회의 반값 등록금 요구 피켓 시위자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지난해 9월3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열린 잡페스티벌 현장을 방문한 뒤 돌아가던 중, 총학생회의 반값 등록금 요구 피켓 시위자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제는 재정이다. 지난해 국가장학금 관련 예산은 1조7500억원이었다. 올해 관련 예산은 무려 59% 늘어난 2조7750억원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등록금 규모가 총 14조원임을 고려하면 ‘박근혜 반값 등록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에는 7조원이 필요하다. 박 당선인의 공약은 이 가운데 매년 국가가 4조원을 부담하고, 2조원은 기존의 교내외 장학금, 그리고 1조원은 각 대학이 자구노력을 통해 지원하라는 것이다. 일단 내년에 국가장학금 예산이 올해보다 또 44% 늘어나야 한다. 또 대학들이 어떻게 자구노력을 하고 장학금을 내놓도록 강제할 것이냐도 어려운 문제다. 대학마다 재정 상황도 많이 다르다.

박 당선인의 등록금 대책은 대학이 자유롭게 책정한 등록금을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2012년 국가장학금 시행 과정에서도 정부는 등록금 5% 인하를 권고했지만, 주요 사립대는 2~3% 수준에서 등록금을 인하했다. 만약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에 나설 경우, 재정 부담은 더욱 가속화된다. 박 당선인 쪽 안종범 의원은 “교과부가 올해 등록금 인상률 상한을 4.7%로 제한했고, (이런 제한은) 계속 갈 것이므로 큰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 운동을 펼쳐온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등록금 인상률을 제한한다 해도, (등록금이) 오른 만큼 예산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등록금 상한제와 고등교육 재정교부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은 뒤 한국장학재단 누리집(www.kosaf.go.kr)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면, 재단에서 건강보험료 납부액, 부모 연소득, 부모 재산보유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득분위를 산정해 장학금 액수를 결정한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생 개인에게는 본인의 소득분위가 몇 분위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박수진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반값 등록금 재원’ 7조 중 3조는 대학이 마련해야

장학급 지급·등록금 인하 필요
현재규모서 8천억 더 부담해야
대학들은 ‘교육 부실화’ 우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반값 등록금’에 필요한 재원 7조원 가운데 3조원은 대학 몫이다.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등록금을 내려 마련해야 한다. 2011년 전국 대학이 마련한 교내외 장학금 규모는 2조2000억원이었다. 산술적으로 보면, 8000억원가량을 장학금 추가 확충, 등록금 인하 등 자구노력을 통해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대학들은 내심 정부가 ‘반값 등록금’이라고 생색은 다 내면서 ‘자구노력 유도’라는 명분으로 대학들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불만스러워한다. ‘우리는 이미 할 만큼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4년제 사립대 관계자는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 및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선정을 위한 대학평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등록금 인하율과 장학금 확충률 등이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돈이 없어도 어쩔 수 없이 등록금은 내리고, 장학금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없는 살림 쥐어짜면서도 외국 석학을 초빙교수로 모셔오거나 각종 연구를 지원하는 등 국제화 지수도 높여야 하고, 교원 확충 등 교육여건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려면 돈 드는 일만 자꾸 생기는데, 대학의 거의 유일한 재원인 등록금은 낮추라고 하니 참으로 난감한 지경”이라고 불평을 터뜨렸다.

또다른 4년제 사립대 관계자도 “대기업이 재단으로 있거나, 대학이 빌딩 임대 등 자체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한 장학금 확충 등을 위한 재원 조달이 힘들다. 결국 직원 급여 삭감 등 ‘제살 깎아먹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값 등록금’ 정책이 교육 부실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국가 지원과 대학의 장학금을 조합해 산술적으로만 반값 등록금을 만들지 말고, 국가가 의지를 갖고 관련 예산을 확실하게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 신년사 …“민주주의 마지막 보루 비판언론으로서 책무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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