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6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금산분리 강화 등을 뼈대로 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제안한 대기업집단법 제정, 기존 순환출자분 의결권 제한, 중요 경제범죄에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은 제외됐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총괄한 김 위원장은 박 후보가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대기업 중심 경제의 틀을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동반 발전하는 경제시스템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약에서 공정거래법과 관련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조달청장·중소기업청장·감사원장 등이 고발을 요청할 경우 공정위원장이 의무적으로 고발하도록 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한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해선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하고,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가 발생하면 부당이익을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보험 계열사가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강화,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 의무화, 대주주 적격성 심사 확대 등을 통해 금산분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공약의 핵심으로 꼽혔던 3가지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박 후보는 이례적으로, 공약에서 제외된 내용과 그 이유를 설명했다. 대기업집단법은 “선례가 없고, 현행 법체계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은 “외국 기업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중요 경제범죄 국민참여재판 도입은 “여론재판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각각 경제민주화 공약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해소와 함께 출자총액제한제의 부활을 내걸었고, 안철수 후보는 재벌개혁위원회(가칭) 설치를 약속하는 등 박 후보에 견줘 재벌개혁에 대한 좀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공정경쟁을 왜곡하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불공정) 행위 규율 수단만으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 구조 교정수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박 후보 경제철학의 한계”라고 비판했다. 당 안에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는 “박 후보의 공약은 운동장 바닥이 기울었는데, 그걸 바로잡지 않고 심판만 보겠다는 얘기다. 특히 기존 순환출자를 인정하는 건, 지금 재벌의 기득권에 철옹성을 쌓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정 성연철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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