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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보수·진보 눈치보다 절충…결국 ‘반쪽’ 조문외교로

등록 2011-12-20 20:27수정 2011-12-20 22:40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북한 주민에게 조의를 표하는 ‘정부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북한 주민에게 조의를 표하는 ‘정부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 김정일 사망 발표 하룻만에 ‘조의 표명’
북 정권 아닌 주민에 애도 ‘전략적 선택’
애도표명 찬성 50% 여론도 부담된 듯
보수 반발 의식해 민간조문 엄격 제한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20일 ‘정부 차원의 우회적 조의 표명’을 하고 ‘민간인(이희호·현정은) 조문 방북 허용’을 발표한 것은 보수-진보의 팽팽한 견해차를 의식한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각 정당과 시민단체 등은 각자의 시각에서 상반된 평가와 요구를 내놓으면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정부 차원의 조문단은 안 보낸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1994년 7월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 당시 김영삼 정부가 조의·조문 자체를 엄금했던 것보다는 한걸음 나아갔다. 보수층의 반발이 있더라도, 막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김 위원장의 사망에 직접적으로 안타까움을 표하는 방식 대신,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에둘렀다. 이는 김일성 주석 사망 때 클린턴 미국 행정부가 북한 주민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는 성명을 발표한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정부 차원의 조문은 하지 않고, 민간인 조문단의 방북을 허용하기로 한 점도 이명박 정부로서는 나름대로 고민한 결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고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씨와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부인 현정은 회장 등은 북한으로부터 조문을 받은 전력이 있으니, 이들의 조문 방북을 허용하는 것은 예의 차원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사망 발표 하루 만의, 비교적 신속한 발표도 눈에 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불필요한 국민적 논란이 커지지 않게 조속히 정리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정치권과 국민 여론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전날 청와대에 “아예 대북 특사를 겸한 정부 차원의 조문단을 북한에 보내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정부 안에서도 통일부와 외교부, 청와대 정무수석실 등은 조의 표명 찬성을, 국가정보원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은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찬성 쪽은 미래지향적 남북관계를, 반대 쪽은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없이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오전 발표된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정부의 공식적 애도 표명 찬성 의견이 49.6%, 반대가 31.4%로 찬성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런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평화적으로 북한을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치열한 ‘눈치 보기’의 산물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반쪽 조문 외교’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정부 차원의 조문단을 보내지 않기로 한 데 대해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외교 관례나 전통관습에도 벗어나는 것이며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서도 현명치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도 정부 차원의 조문단을 보낼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민간인 조문단의 범위를 이희호·현정은 두 사람에게만 한정한 것도 논란거리다. 통일부는 “조문 답례 차원의 방북만 허용한다는 취지”라며 “다른 민간인들의 방북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무현재단이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등 방북 조문을 희망하는 다른 단체들은 불허하겠다는 것이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김유정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정부가 정당, 종교계, 시민사회의 조문도 허용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한 북한 주민들에게 에둘러 위로의 뜻을 전한 것을 두고도, 통합진보당은 “정부 차원의 직접적 조의 표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언론 보도를 보면 청와대가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겠다는 뜻에서 그렇게 밝혔다는데, 이는 북한 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남북관계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수층에서는 정부 발표 자체를 비판한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김 위원장의 죽음이 북한 주민들이 진실로 위로받아야 할 일인지 의문”이라며 “국군포로 가족 등은 한번도 위로하지 않은 이 정부가 천안함·연평도 사태, 칼기 폭파, 아웅산 테러 등을 자행한 자에게 위로를 한다는 것은 순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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