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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여권 “복지대세론 막자” 성장·안보 새카드 탐색

등록 2011-02-13 20:37수정 2011-03-21 15:27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전면 무상급식 반대 서명운동과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전면 무상급식 반대 서명운동과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복지 포퓰리즘” 비판 속
‘반복지’ 이미지는 경계

‘고용 없는 성장’에 딜레마
통일이슈로 미래찾기 확산
보수진영의 고민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바라보는 여권과 보수 진영의 눈길은 일단 인물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지율이 우뚝한 박근혜라는 후보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물이 대선 결과를 결정짓는 전부가 아니라는 점에 보수 진영의 고민이 있다. 높은 지지율이 순식간에 허물어진 전례가 많으며, 복지를 정책적 고리로 정치적 연대전선을 다지고 있는 야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걸 보수 진영도 잘 안다. 이런 측면에서 보수 진영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복지 논쟁이다.

■ “복지의 산을 넘어라” 보수 진영은 복지가 선거의 중심 쟁점이 되는 걸 거리는 분위기다. 복지는 진보적 가치라는 인식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보수 진영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두 가지 대응 기류가 있다. 적극 대응론은 야권의 복지론에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는 낙인을 찍어 강력히 공격한다. 무상급식 반대를 외치며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표적이다.

또다른 흐름은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는 데 치중할 경우 ‘보수=반복지’, ‘한나라당=반복지세력’이란 인식이 굳어지는 걸 경계한다. ‘한국형 복지’를 청사진으로 제시한 박근혜 전 대표가 이를 대표한다. 야권의 보편복지론에 맞서 맞춤형 복지, 지속가능한 복지 등의 대안으로 야권의 예봉을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안상수 대표 등이 ‘개혁적 중도보수’ 노선을 내세워 제시했던 ‘70% 복지론’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야권이 선점한 복지 이슈 자체를 피해 여권이 새로운 이슈를 주도적으로 제기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찬성이든 반대든 야권이 만든 ‘복지 프레임’에 들어가 봤자 보수 진영에 득 될 게 없다는 논리다.

■ “새로운 성장 담론을 만들어라” 보수 진영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와 ‘능력’의 이미지로 손쉽게 승리했던 추억을 잊지 못한다. 다음 대선에서도 선거 쟁점이 성장 쪽에 맞춰질 것을 원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비전위원회 위원장인 나성린 의원은 “경제는 아무래도 한나라당이 더 잘할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따라서 복지에서 경제로 쟁점을 이동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성장 담론의 위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게 보수 진영의 진짜 고민이다. 기업을 지원해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 여력(트리클다운·적하효과)으로 복지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주장해왔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4년간 매출액이 50% 이상 늘었지만 고용 증가율은 9.9%에 불과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매출액이 10% 이상 늘었지만, 고용은 되레 줄었다. ‘고용 없는 성장’의 한 단면이다.

지난 대선에서 ‘선진화 전략’을 제시했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선성장론은 산업화 시대의 얘기”라며 “고용 친화적이고, 양극화를 줄이는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성장 전략을 짜야 한다는 보수 진영의 고민이 묻어난다. 최근 장하준 교수의 국회 강연회를 열었던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다음 선거에서 신자유주의 얘기를 하면 망하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보수 진영이 처한 상황을 좀더 심각하게 판단한다. 그는 “보수진영은 습관적으로 ‘선성장, 후복지’론을 내세운다. 하지만 양극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구조화된 상황에서 국민은 ‘성장 먼저’라는 말을 더는 수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 패인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보수진영은 앞으로 모든 큰 선거에서 판판이 질 것”이라고도 했다.


■ 통일·안보 이슈로 승부? 보수 진영 안에서는 복지나 성장 이슈가 아니라, 통일·안보 이슈에 미래가 있다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하는 흐름이다. 표면적으론 박세일 이사장이 앞장서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선진통일연합 발족식을 열고, “북한 체제의 변화가 생각보다 빨리 온다. 복지보다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가를 통일·안보 쪽에 더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천암함, 연평도 사태 등을 겪으면서 남북 관계가 가진 폭발력이 여실히 증명된 바 있다.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다음 대선이 ‘반북’과 ‘반전’의 대회전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김문수 경기지사도 통일·안보 쪽 역량을 기르는 데 힘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의 측근인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불안정으로 동북아의 힘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지사 쪽은 그가 좌·우파의 경험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여긴다. 친박계 중진인 서병수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다음 대선에선 복지와 통일이 주요한 화두가 될 것은 분명한데, 무엇이 중심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외부 싱크탱크가 ‘맞춤정책’ 제공

정당 중심 한국과는 달라
보수·진보 막론 적극활용
정당별 청사진 반영·실현

외국선 ‘국정 밑그림’ 어떻게

미국과 영국에선 집권 이후 국정운영의 밑그림 작성을 정당 바깥 싱크탱크들이 주도한다. 정당이 제 색채에 맞는 건강한 정책을 제대로 생산해내지 못할 때 정책과 인력, 정치적 동원력을 제공하며 정책 선거를 이끈 것도 주요 싱크탱크들이었다. 보수, 진보 마찬가지다.

미국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대표 에드윈 포일너는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된 1주일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1천쪽 분량의 정책자료집을 발송한다. <리더십에 관한 요구사항>으로 널리 알려진 이 책자는 보수파들이 주장해온 가치와 정책들을 청사진으로 묶어낸 것이었고 공화당 정권의 정책에 두루 반영됐다.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보 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는 ‘기회08’이라는 이름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가동해 외교·국방·경제·환경 등 다양한 주제의 정책 보고서를 쏟아냈다. ‘미국진보센터(CAP)’는 ‘액션펀드’란 이름의 별도 조직을 두고 직접 정치활동을 벌이는 한편, 국내·외 정책을 담은 ‘미국을 위한 변화’라는 정책집을 버락 오바마 진영에 제안했다.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직후엔 ‘44대 미국 대통령을 위한 진보적 청사진’을 제출했다. ‘커먼윌연구소’는 제 각각의 연구 주제에 골몰하고 있는 진보적 싱크탱크들을 ‘진보적 아이디어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한 데 모아, 미국 진보진영 전체의 통합적 정책 제안 틀을 모색했다.

훗날 백악관 대변인이 된 람 이매뉴얼은 이런 싱크탱크들의 활동이 “공화당 같은 정책을 내세우며 ‘중간층’ 표심 잡기에 골몰하던 민주당에 변화를 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환경산업을 키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미국진보센터의 ‘녹색 회복’(Green Recovery) 정책 제안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주요 정책으로 반영됐으며,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결정, 공적자금으로 운영되는 어린이를 위한 건강보험(SCHIP) 확대 법안 서명 등도 이런 진보 싱크탱크들이 적극 개입해 이뤄낸 성과들이다.

1997년, 영국에서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이 18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데도 당 밖 싱크탱크가 큰 역할을 했다. ‘공공정책연구소’는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한 ‘사회정의위원회’를 꾸려 1년 동안 전국 11개 주요 도시를 순회하면서 일반 시민까지 참여하는 공개 포럼 등을 개최하고 400쪽이 넘는 ‘사회 정의: 국가 재건을 위한 전략’ 보고서를 결과물로 내놨다. 블레어 정부는 공평한 기회에 기초한 새로운 발전전략을 담은 이 보고서를 기초로 ‘제3의 길’ 의 밑그림을 그렸고, 그 결과 법정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교육과 보건 예산을 획기적으로 증액시켰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한국에서도 정당 및 국책연구소 등의 대안적 정책 생산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외부 싱크탱크들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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