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당정청 대책회의서 안일한 대응 거센 질타…일부선 재협상 주장도
4일 국회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논란 관련 긴급 당·정·청 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정부의 성급한 협상 타결과 안일한 사후 대응을 거세게 질타했다. 특히 홍문표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간사는 “이번 청문회는 여야 구분 없이 국회 대 정부의 청문회가 될 테니 제대로 준비하라”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 이한구 정책위의장,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국회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일제히 정부의 독선을 추궁했다. 홍문표 의원은 회의 뒤 “협상 전 공청회 등을 통해 사전에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정부 생각대로 추진하니 의혹이 증폭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렇게 사태를 키운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라고 질타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국민이 불안해하면 적극적으로 방법을 연구해야지 광우병 괴담이 무성할 정도로 정부가 태만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의혹들이 많이 호도된 면이 있고, 정치적으로 키워진 면이 있다”며 “오는 7일 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이야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등 야당이 제기한 검역주권 포기에 관한 성토도 터져나왔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직자는 “검역주권을 포기한 게 아니라면 도축 과정 등에 관해 미국 현지에 나가 조사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안전성 확보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또다른 농해수위 의원도 “우리가 먹을 고기는 우리가 검사하도록 해야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며 “미국산 수입쇠고기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일부는 “미국의 특정한 주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면 그 지역에 한정해 수입을 불허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정부 쪽은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들은 협상 결과 자체를 바꿀 수는 없냐고 따졌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대만이 곧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하는데 우리보다 유리한 조건이 된다면 우리도 언제든 재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정부 쪽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은 “미국이 광우병 통제국이란 국제 수역사무국의 정의가 바뀐다면 재협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은 “재협상은 일체 논의되지 않았다. 미국과 대만 간 협상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희룡 의원은 별도의 성명을 내어 “정부와 국회는 쇠고기 협상에 대해 정치적 논리나 확률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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