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0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BBK 주가조작 의혹사건 개입 여부를 수사하기 위한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해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을 놓고 특검이라든지 다시 청문회를 하는 것 비슷하게 후벼파는 일은 국론을 분열시키는 저급정치라고 생각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그만두면서 국민통합을 위해 이런 법은 거부권을 행사해 줬으면 좋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강 대표는 "노 대통령이 정권 인수인계를 잘해 새 정권으로 하여금 국민이 선택한 가치를 잘 발의할 수 있도록 정치권의 갈등을 없애는 것이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정의로운 결단을 해줬으면 하는 것을 정식으로 건의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여권에서 BBK특검법을 유지해야 되는 건지는 스스로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특검의 가장 중요한 성립요건이었던 김경준씨도 스스로 말을 부인하고 있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희태 상임고문은 CBS 라디오에 나와 "특검법은 당선자를 흠집내기 위한 선거용이었는데, 이미 선거가 끝났기 때문에 이제 정치적 효용은 끝났다"며 "국민들도 특검에 대해 별 관심을 안 가질 것이고, 특검수사로 인해 나올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된 상황 속에서 특검법은 다시 검토돼야 한다"며 "통과절차도 문제가 있고 내용도 문제가 있으니까 최종적으로 법안으로 성립시킬지 않을지는 청와대에서 한 번 더 검토해야 한다"고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대변인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의 `이명박 특검법' 거부권 행사 요청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지만, 이 당선자도 후보 시절 특검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고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꿀 상황변화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당선자도 수용하겠다고 했고, 법무부도 고심 끝에 수용 결정까지 내린 마당인데다, 이 당선자를 위해서나 검찰을 위해서나 의혹을 풀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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