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14일 오후 경남 진주시 중앙시장 앞 거리에서 열린 유세 중 엄마 등에 업힌 한 아이의 손에 입을 맞추고 있다. 진주/연합뉴스
“권영길 찍으면 ‘버리는 표’ 이번엔 안통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지난 9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1997년 대선 때는 ‘혹시 나 때문에 정권교체가 안 되는 것 아닐까’ 하고 진짜 고민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후보조차 가위눌리게 만든 ‘사표(死票)론’의 위력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사표론이 아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권 후보가 악몽을 떨쳐버리고 오롯한 제몫 찾기에 나설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이명박 독주로 ‘사표론 악몽’ 떨쳐내…6% 득표 기대
‘개혁진영 몰락’ 엎친데 ‘신뢰부족’ 덮쳐 우울한 전망도
■ 사표론 없어 ‘해볼 만’ =사표론이 등장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독주 구도다. 권 후보가 2002년 대선 때 사표론 때문에 입은 ‘손해’는 뚜렷하게 드러난다.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권 후보 지지율은 5.9%까지 올랐지만, 실제 득표율은 3.9%로 뚝 떨어졌다. 민주노총이 2003년 1월 조합원들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를 찍은 조합원의 9.4%는 원래 권 후보 지지자였다. 1997년에도 권 후보 지지율은 미세하게 계속 올랐지만 실제 득표율은 여론조사 지지율에 못미쳤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다르다고 당 관계자들은 말한다. 노회찬 의원은 “1~2위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커 사표심리가 발동할 가능성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 적다. 민주노동당으로선 유일한 진보·정책 정당임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모태’인 민주노총이 처음으로 권 후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선전을 기대하게 하는 징후다. 16대 대선에서 민주노총은 조합원의 36.8%가 권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번엔 이를 갑절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민주노동당이 원내 정당으로 자리잡으며 8% 안팎의 안정적인 당 지지율(<한겨레>-리서치플러스 12월8일 조사 7.9%)을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이런 점들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권 후보가 6% 정도는 득표할 것으로 기대한다.
■ 그래도 남은 산=하지만 어두운 전망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참여정부를 비롯한 개혁진영이 몰락하면서 민주노동당까지 도맷금으로 넘어가는 ‘동반하락’ 현상이 일고 있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아무리 참여정부와 민주노동당의 차이를 설명해도 ‘같은 놈들’이라는 한마디에 말문이 닫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원내 정당으로 지낸 3년 반 동안 ‘집권 가능한 세력’이라는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민주노동당의 전신인 ‘국민승리21’ 때부터 권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아무개(38)씨는 “민주노동당은 국회에 진출한 뒤에도 여전히 ‘비전 제시 세력’이 아니라 ‘문제제기 집단’에 머물고 있다. 민주노동당 자체 세력만으로 집권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태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민주노동당은 ‘집권당’과 다름없었던 울산에서조차 ‘진보정당이 이래서 필요하다’고 느낄 만한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대로는 2002년의 3.9% 득표보다 초라한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권 후보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3.9%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사표론이 사라진 상황에서, 막판 지지표 결집만 잘해내면 2002년 득표율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러나 반대로 득표율이 5년 전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젠 그 책임을 누구에게도 돌릴 수 없다. 책임은 온전히 민주노동당과 권 후보의 몫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개혁진영 몰락’ 엎친데 ‘신뢰부족’ 덮쳐 우울한 전망도
권영길 역대 지지율, 득표율
원내 정당으로 지낸 3년 반 동안 ‘집권 가능한 세력’이라는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민주노동당의 전신인 ‘국민승리21’ 때부터 권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아무개(38)씨는 “민주노동당은 국회에 진출한 뒤에도 여전히 ‘비전 제시 세력’이 아니라 ‘문제제기 집단’에 머물고 있다. 민주노동당 자체 세력만으로 집권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태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민주노동당은 ‘집권당’과 다름없었던 울산에서조차 ‘진보정당이 이래서 필요하다’고 느낄 만한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대로는 2002년의 3.9% 득표보다 초라한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권 후보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3.9%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사표론이 사라진 상황에서, 막판 지지표 결집만 잘해내면 2002년 득표율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러나 반대로 득표율이 5년 전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젠 그 책임을 누구에게도 돌릴 수 없다. 책임은 온전히 민주노동당과 권 후보의 몫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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