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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거품 낀’ 이명박표 민생 살리기 공약

등록 2007-12-11 19:49

이명박 후보의 민생살리기 10대 과제 주요 내용
이명박 후보의 민생살리기 10대 과제 주요 내용
정부 결정권 없는 통신비 인하 등 발표
실업률 감소·일자리 창출 근거 빈약해
11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발표한 ‘민생경제 살리기 종합계획’은 지금까지 내놓은 이 후보의 공약 가운데 ‘민생’과 관련된 부분을 집대성한 것이다. 공약대로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공약은 구체성이 떨어지거나 선언적 성격이 강한 측면도 적지 않다.

■ 정부 영역을 넘어서는 부분=이날 발표의 핵심은 “유류비·통신비·서민주택대출이자·통행료·보육비·사교육비·의료비 등 7대 거품을 30% 제거해 (가구당) 연간 530만원(월 44만원) 생활비를 줄인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카드수수료 인하도 있다. 이중 통신비·의료비(약값 인하)·카드수수료 등은 정부가 결정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선대위의 윤진식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은 “업계의 독과점적 행태를 바꿔 경쟁을 촉진하고 규제완화를 하면, 민간업체의 가격인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정권 초기에는 대기업들이 ‘친기업 정책’의 반대급부로 ‘가격인하’라는 성의 표시를 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 윤 부위원장은 “6달~1년 뒤면 피부에 와 닿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의 표시를 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 숫자는 있는데, 방법론은 없어=이날 발표안에는 △중산층 70%로 확대(현재 50%) △청년실업률 4% 이하(현재 7.9%) △매년 60만개 일자리 창출 등 수치화된 공약이 많다. 그러나 구체안은 매우 미약하다. 이날 발표장에서도 ‘일자리 연간 60만개 창출 근거’, ‘고용없는 성장 현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나’는 물음에 “성장률이 2~3%포인트 올라가면 투자가 늘어 일자리가 창출된다”, “혁신 중소기업을 매년 5만~6만개 육성하면 일자리가 생긴다”, “기업환경이 개선되면, 사업체 수가 늘어나 일자리도 같이 늘어난다” 등의 답변이 전부였다.

또 ‘산업은행 투자부문 민영화로 30조원 중소기업 재원 마련’이란 공약도 모호하다. 현재 6~7조원으로 추정되는 우리은행 매각건도 몇 년을 끌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 한나라당 이념과 배치=대형마트의 지방도시 영업제한, 재건축·재개발 차익을 서민주택 공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은 한나라당의 자유시장경제 원칙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재건축·재개발 차익과 관련해 윤진식 부위원장은 “재건축·재개발을 허용하면서, 개발이익환수제를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참여정부가 개발이익환수제를 도입하려 할 때, 한나라당이 “초법적, 위헌적”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한 것과는 정반대의 태도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이명박 후보의 민생공약은 ‘공급확대를 통해 가격을 낮춘다’는, 본인이 주창한 시장논리에서도 벗어난 편의주의적·행정주의적 성격이 더 짙어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가 이날 발표한 △3~5살 유아 보육료 전액 국가지원 △고용영향평가제 △육아휴직 급여 상향조정 △비정규직 해소 우수업체 법인세·소득세 경감 △장애인고용할당제 등의 공약들은 제대로 실시만 된다면, 사회복지적 성격이 강한 정책들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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