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후보 복지·조세정책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조세·복지 정책은 보수주의의 기본방향인 ‘작은정부·감세론’과 진보 진영이 부르짖는 ‘국가복지’ 형태가 혼합돼 있다. 세금은 적게 걷고, 국민복지는 국가가 책임지는 이상적인 형태다.
조세정책을 보면, 세출부문에서 정부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정부예산의 10%를 감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작은정부, 예산 10% 절감’ 공약은 이명박 후보 쪽과 똑같다. 세입부문에서는 세금(소득세·재산세·유류세 등)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한편, 통신비·유류비·교육비·보육비 등 생활비도 줄여주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전월세·대출금 소득공제 등도 내놓았다.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완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조세정책에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만, 복지정책에서는 ‘약자돕는 따뜻한 시장경제, 맞춤형 복지’를 주창하며 오히려 ‘큰 정부’의 모습을 내비친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노인성 만성질환 환자 약값 국가부담 △5살까지 보육비 국가부담 △저소득층 유아 어린이집·유치원 비용 국가 전액부담 △저소득층부터 단계적 고교 무상교육 △저소득층 등록금 후불제 및 무이자 대출제 확대 등 정동영 후보보다 더 사회복지적 성격이 강하다.
이회창 후보 진영의 윤홍선 정책팀장은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강한 보수적 성격을 띠지만, 복지 유형은 핀란드 등 강소국들이 지향하는 진보적 성향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금은 줄이고, 복지혜택은 늘리는 모순적 형태를 띨 뿐 아니라, 구체안이 부족한 포퓰리즘적 성향이 짙다고 지적하고 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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