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지난달 30일 서울 명동 와이더블유시에이 강당에서 강남 무역센터로 이동하면서 차 안에서 부인이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대선풍경
‘유세에 지친 목은 따뜻한 차로, 묵은 피로는 토막잠으로.’
연일 전국을 누비는 대선 후보들의 유세 강행군은 ‘체력전’이다. 유세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십수개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후보들로선 건강을 유지하는 일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는 곳마다 20여분 동안 격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유세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넘어가면서, 후보들은 목이 쉬고 소리가 갈라진다고 호소한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저마다 이동차량 안에 보온병을 갖고 다니며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목 보호에 효과가 있다는 과즙 따위를 수시로 챙긴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오미자차를 수시로 마신다. 오미자차는 인후염이나 편도선염에 효능이 있고, 갈증도 풀어준다고 알려져 있다. 정동영 후보는 피곤하면 목이 잘 붓는데, 부인 민혜경씨는 부기를 가라앉히는 버섯 달인 물을 보온병에 담아 주기도 한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기침을 막고 갈증을 완화해주는 배즙을 즐겨 먹는다. 특히 기관지 확장증을 앓아 목이 좋지 않은 이명박 후보는 부인 김윤옥씨가 매일 아침 도라지즙과 홍삼차도 챙겨준다. 권영길 후보는 수행비서가 차 안에 따뜻한 감잎차와 목캔디를 항상 준비해, 수시로 먹게 한다.
후보들은 시간에 쫓기면 이동차량 안에서 끼니를 때워야 하고, 누구를 만나 식당에 앉아 밥을 먹더라도 끊임없이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밥다운 밥’을 챙겨먹기 어렵다. 이 때문에 후보 가족들은 아침이라도 잘 챙겨먹이려고 갖은 애를 쓴다. 정동영 후보는 민혜경씨가 매일 아침, 그가 좋아하는 시래깃국이나 무국, 꼬막, 멸치볶음 등으로 차려주는 밥을 먹는다. 이명박 후보는 조찬 모임이 많아 집에서 아침을 거의 못 먹는데, 김윤옥씨는 밥 대신 직접 짠 녹즙을 마시게 한다. 권영길 후보는 부인 강지연씨도 당원교육 등 후보만큼 바쁜 일정을 보내기 때문에, 아흔을 넘긴 어머니 하영애씨가 아침을 챙겨준다. 식사가 불규칙하니 이동중에 간식거리나 자기만의 ‘비기’를 챙기는 후보들도 있다. 이명박 후보는 출출할 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생식을 좋아하고, 종합비타민제를 빠트리지 않는다. 이회창 후보는 건빵과 단팥빵을 즐겨 먹는다. 정동영 후보는 피로회복에 좋다며 민혜경씨가 손수 만든 포도당을 먹는다.
후보들이 유일하게 쉴 기회는 이동할 때 뿐인데, 후보들은 대부분 30분 가량 토막잠을 청해 피로를 푼다. 보통 하루 수면시간이 너댓시간 밖에 안되는데다, 추운 날씨에 강행군을 하기에 그렇게라도 잠을 보충하지 않으면 체력 저하를 막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는 차 안에선 거의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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