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지난 달 18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서울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의 연대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문국현 대선후보 리더십 검증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성공한 시이오(CEO·최고 경영자) 출신이다. 지난 8월23일 정계 입문 이전까지 ‘문국현 사장’의 리더십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치권에 발을 들인 뒤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공동 대표 겸 대통령 후보’의 리더십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찍혀 있다.
‘위기가 곧 기회’ IMF때 평생고용 약속
생산성 향상 일궈…‘혁신적 사고’ 돋봬
“비전·당위만 존재” 현실감 부족 지적도 ■ 성공한 최고경영자= 1974년 첫 직장으로 유한킴벌리에 입사한 문 후보는 만 20년이 되던 1995년 이 회사의 정상에 올랐다. 대표이사 취임을 기념한 <가족사보> 인터뷰에서 문 사장은 리더를 카누 경기의 지휘자에 빗댔다. “가끔 카누 경기를 예로 드는데, 구호를 부르는 사람이 있어야 힘을 합친 에너지로 최고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저는 그 구호를 부르는 사람의 역할을 하고 싶다.” 문 사장이 재임하는 동안 유한킴벌리는 괄목할 만한 경영 성과를 올렸다. 단적으로, 취임 당시 1천억원대이던 매출은 2002년 7천억원대로 7배 커졌다. 순이익도 105억원(1995년)에서 904억원(2004년)으로 상승했다. 물론 거저 얻어진 성과는 아니었다. 유한킴벌리의 손승우 실장은 “문 사장이 ‘유한킴벌리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 당연히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취임 당시 상황은 문 사장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위스퍼’를 앞세운 한국피앤지에 밀려 주력상품인 생리대의 시장 점유율은 19%까지 떨어졌다. 일부 기계의 가동률은 50%대로 주저앉았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1997년에는 외환위기의 여파까지 밀어닥쳤다. 여기저기서 해고가 속출할 때 문 사장은 거꾸로 갔다. 평생고용을 약속하고, ‘4조2교대제’를 도입했다.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당시 이를 구조조정으로 오해한 노조원들이 사장실 점거농성을 벌였지만, 문 사장은 그들과 3일 밤낮을 함께 하며 설득해 결국 우군으로 돌려놨다고 한다. 문 사장은 이 무렵 <비디오 사보>를 도입해 두 달에 한번 꼴로 사원들에게 경영 상황을 설명하고 회사의 전략과 목표를 설명했다. 25년간 문 사장을 지켜봤다는 이은욱 상무이사는 “문국현의 리더십은 ‘솔선수범’형이다. 그러니 직원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또 전적으로 맡기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반드시 몸소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경영 성과에 힘입어, 문 사장은 사내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성균관대 신완선 교수(시스템경영공학부)가 지난 2004년 유한킴벌리 임직원 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리더십 조사’에서 문 사장은 25개 항목에 걸쳐 평점 평균 8.93(10점 만점 기준)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신 교수는 문 사장의 리더십을 “분명한 소신을 갖고 장기적인 혁신에 집중하는 리더”로 간추린 바 있다. 외부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경영 전문잡지인 <포브스코리아>가 지난 3월 김쌍수 엘지 부회장 등 국내 최고 경영자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리더십 설문조사에서 문 사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26표)에 이어 2위(7표)를 차지했다. 대선 출마 직전까지 그는 신뢰 받는 시민운동가이기도 했다. 그런 문 사장도 취약점이 없지 않다. 신 교수의 설문조사를 보면, 문 사장은 △의견수렴 능력 △인간미 △직선적 성격 △쇼맨십 등 몇 개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문 사장과 ‘생명의 숲’ 운동을 10년 넘게 한 이수현 ‘생명의 숲 국민운동’ 사무처장은 “때때로 문 사장에게는 단지 비전과 당위성만 존재하는 듯하다”는 말로 문 사장이 지닌 리더십의 이면을 지적한 바 있다. ■ 정치판의 ‘신데렐라’ = 문 후보의 참모들은 그에게 높은 점수를 매긴다. 고원 전략기획단장은 “맨손으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끌고 온 것만으로도 그의 리더십은 평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시점(8월23일)이 불과 100여일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핵심 참모는 “빨리빨리 결정하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정치판에서 문 후보는 우유부단해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느린 속도를 단점으로 꼽았다. 문 후보가 한창 정치권 입문을 저울질할 때 그를 도왔던 한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우유부단하거나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제법 많이 접했다. 어떤 검증도 거치지 않은 그는 아직 신데렐라에 가깝다”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 심리분석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문 후보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변화를 계획하고 과제를 주도하지만, 경우에 따라 자신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거나 제한을 받게 되면 힘들어 하는 성격”이라며 “때로는 지나치게 자기 주장만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개월 남짓 문 후보가 보여준 모습과 겹쳐지는 대목이 많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생산성 향상 일궈…‘혁신적 사고’ 돋봬
“비전·당위만 존재” 현실감 부족 지적도 ■ 성공한 최고경영자= 1974년 첫 직장으로 유한킴벌리에 입사한 문 후보는 만 20년이 되던 1995년 이 회사의 정상에 올랐다. 대표이사 취임을 기념한 <가족사보> 인터뷰에서 문 사장은 리더를 카누 경기의 지휘자에 빗댔다. “가끔 카누 경기를 예로 드는데, 구호를 부르는 사람이 있어야 힘을 합친 에너지로 최고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저는 그 구호를 부르는 사람의 역할을 하고 싶다.” 문 사장이 재임하는 동안 유한킴벌리는 괄목할 만한 경영 성과를 올렸다. 단적으로, 취임 당시 1천억원대이던 매출은 2002년 7천억원대로 7배 커졌다. 순이익도 105억원(1995년)에서 904억원(2004년)으로 상승했다. 물론 거저 얻어진 성과는 아니었다. 유한킴벌리의 손승우 실장은 “문 사장이 ‘유한킴벌리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 당연히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취임 당시 상황은 문 사장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위스퍼’를 앞세운 한국피앤지에 밀려 주력상품인 생리대의 시장 점유율은 19%까지 떨어졌다. 일부 기계의 가동률은 50%대로 주저앉았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1997년에는 외환위기의 여파까지 밀어닥쳤다. 여기저기서 해고가 속출할 때 문 사장은 거꾸로 갔다. 평생고용을 약속하고, ‘4조2교대제’를 도입했다.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연보
경영 성과에 힘입어, 문 사장은 사내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성균관대 신완선 교수(시스템경영공학부)가 지난 2004년 유한킴벌리 임직원 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리더십 조사’에서 문 사장은 25개 항목에 걸쳐 평점 평균 8.93(10점 만점 기준)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신 교수는 문 사장의 리더십을 “분명한 소신을 갖고 장기적인 혁신에 집중하는 리더”로 간추린 바 있다. 외부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경영 전문잡지인 <포브스코리아>가 지난 3월 김쌍수 엘지 부회장 등 국내 최고 경영자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리더십 설문조사에서 문 사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26표)에 이어 2위(7표)를 차지했다. 대선 출마 직전까지 그는 신뢰 받는 시민운동가이기도 했다. 그런 문 사장도 취약점이 없지 않다. 신 교수의 설문조사를 보면, 문 사장은 △의견수렴 능력 △인간미 △직선적 성격 △쇼맨십 등 몇 개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문 사장과 ‘생명의 숲’ 운동을 10년 넘게 한 이수현 ‘생명의 숲 국민운동’ 사무처장은 “때때로 문 사장에게는 단지 비전과 당위성만 존재하는 듯하다”는 말로 문 사장이 지닌 리더십의 이면을 지적한 바 있다. ■ 정치판의 ‘신데렐라’ = 문 후보의 참모들은 그에게 높은 점수를 매긴다. 고원 전략기획단장은 “맨손으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끌고 온 것만으로도 그의 리더십은 평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시점(8월23일)이 불과 100여일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핵심 참모는 “빨리빨리 결정하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정치판에서 문 후보는 우유부단해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느린 속도를 단점으로 꼽았다. 문 후보가 한창 정치권 입문을 저울질할 때 그를 도왔던 한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우유부단하거나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제법 많이 접했다. 어떤 검증도 거치지 않은 그는 아직 신데렐라에 가깝다”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 심리분석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문 후보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변화를 계획하고 과제를 주도하지만, 경우에 따라 자신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거나 제한을 받게 되면 힘들어 하는 성격”이라며 “때로는 지나치게 자기 주장만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개월 남짓 문 후보가 보여준 모습과 겹쳐지는 대목이 많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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