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왼쪽)와 정몽준 무소속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 회동 뒤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명박-정몽준 ‘주판알’ 이해 일치
정몽준, 이명박 지지 배경
2002년 대선에서 한때 노무현 후보와 손을 잡았던 정몽준 무소속 의원이 2007년에는 대선을 16일 앞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했다.
한나라당은 3일 비비케이(BBK) 문제로 이명박 후보가 가장 어려울 때 지지선언을 해준 정 의원을 극진히 환대했다. 정 의원으로서는 몸값을 극대화한 셈이다. 이 때문에 정 의원의 절묘한 ‘택일’을 그의 미래 정치행보와 연관짓는 해석이 많다.
1988년 정계에 입문한 이래 사실상 무소속으로 5선을 달려온 정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실패한 지난 20년의 정치실험을 마감하고 정당정치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중차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무소속인 제가 무책임하게 중립지대에 안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한 측근은 “정 의원은 정당이라는 소속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 왔고, 지난 8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결정 뒤 집중적으로 고민해 왔다”고 전했다. 강재섭 대표와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 등이 영입의 중간통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한 차례 대선에 도전했던 그가 내심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으리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정 의원은 당권 문제는 물론 다음번 대선 구도와 관련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 4월 총선에서 6선 의원이 된다면 그의 위상은 더 높아진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대선 뒤 당내 힘겨루기가 더 복잡해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정 의원도 입당을 결심하면서 △이명박 후보가 아닌 강재섭 대표를 통해서 입당하는 모양새를 갖춰줄 것 △박근혜 전 대표에게 미리 알려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정 의원의 한 측근은 ‘차기 대권’에 대해 “그건 나중의 일”이라고 말했다.
잠재적인 경쟁 관계에 놓인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 의원이 입당해 같이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정 의원의 지지선언은 또 이명박 후보가 1991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치적 선택을 달리하면서 틀어졌던 현대가와의 서먹한 관계를 푸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선 이 후보와 ‘현대 일가’가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다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정 의원도 그동안 사석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불신감을 표출하곤 했다. 결국 두 사람은 이번 대선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25년여 만에 ‘화해’하게 된 셈이다.
정 의원은 이날 그동안 불화설이 나돌던 이명박 후보와 화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사람들 감정은 여러 가지가 있지 않겠나. 복합적 감정이다”라고 말한 뒤 “아버지와 이 후보는 서로 상대편의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서로 고마워하는 사이가 아니었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젠 ‘정치적 동지’가 됐지만 그동안 쌓인 감정적 앙금을 부인하진 않은 셈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정 의원은 이날 그동안 불화설이 나돌던 이명박 후보와 화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사람들 감정은 여러 가지가 있지 않겠나. 복합적 감정이다”라고 말한 뒤 “아버지와 이 후보는 서로 상대편의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서로 고마워하는 사이가 아니었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젠 ‘정치적 동지’가 됐지만 그동안 쌓인 감정적 앙금을 부인하진 않은 셈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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