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쪽 요청 불구…지지 재검토 관측도
이명박쪽 속 바짝…
이명박쪽 속 바짝…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7일부터 시작되는 공식 선거운동에서 당분간 이명박 후보 지원유세를 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가 이 후보 지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 쪽은 적잖이 속이 타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2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27일부터 시작하는 유세에 참여한다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권오을 유세단장으로부터 27일부터 참여해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으나 아직 언제, 어떤 형식으로 참여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근들은 당분간은 유세에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측근 의원은 “최근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을 만나보니 ‘비비케이(BBK) 사건과 관련해 이 후보 쪽이 하도 말을 바꾸는 통에 우리도 덩달아 사기꾼이 되다시피했다. 부끄러워서 당원들을 만날 수도 없다’고 하소연하더라”며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유세차량에 올라서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잇따른 이 후보의 ‘거짓말 대응’ 논란이 이 후보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실망감을 키웠다는 것이다.
자신을 비롯한 측근들의 강력한 ‘반 이명박 정서’ 탓이란 분석도 있다. 박 전 대표는 경선과정을 거치며 ‘이 후보는 대통령감이 아니다’란 생각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선 승복이란 당내 원칙보다 ‘이 후보로는 나라의 장래가 어두운 것 아니냐’는 더 큰 차원에서 박 전 대표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측근들 사이에서 ‘이명박은 팔 수 없는 물건이고 그렇다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정서가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측근 의원은 “사실 (이회창 후보 쪽으로) 움직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박 전 대표의 말이 없어 못 움직인다고 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25일엔 지난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선거대책위원회 실무팀장들이 대거 포함된 박 전 대표 지지조직인 ‘파랑새단’이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명박 후보 쪽은 초조해 하는 분위기다. 임태희 비서실장은 “박 전 대표의 유세지원이 무슨 중요한 문제가 되느냐”고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지난주 박 전 대표에게 지원유세에 나서줄 것을 수차례 직·간접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의원은 “도대체 왜 무슨 생각으로 그런지 모르겠다”며 “비비케이 수사의 향방을 지켜보고 다른 행동을 하려는 것이냐 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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