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기관별 합동토론회 초청 후보 지지율 기준
상위 두 후보 참여기피-군소후보들 제한 반발-방송사 ‘흥행’ 고심
전문가 “국민 알권리 위해 토론 필요…운용안 절충을”
전문가 “국민 알권리 위해 토론 필요…운용안 절충을”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텔레비전 후보 합동토론회는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이 ‘공동’으로 추진한다. 경쟁관계인 두 방송사가 이례적으로 손을 맞잡은 것은 합동토론회의 무게감을 한층 높이기 위한 시도이다. 1997년 선거법이 개정돼 선관위 말고도 언론사가 주도해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됐지만, 각 방송사가 ‘각개약진’했다가 번번이 무산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난항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세가지로 요약된다. 한순간의 실수로 지지율이 꺾일 수 있다는 유력 후보들의 ‘불안감’과 경쟁력 있는 후보들만 참여시켜 토론의 집중도를 높이겠다는 방송사의 ‘효율주의’, 인지도를 높일 기회를 뺏길 수 없다는 군소 후보들의 ‘절박함’이 맞물린 결과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쪽이 텔레비전 생중계를 꺼리는 것은 예민한 질문에 발목이 잡힐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도곡동땅 차명소유 의혹에 이어 최근 비비케이(BBK) 사건까지 계속 의혹에 시달려왔는데, 전국에 생방송되는 자리에서 다른 후보들이 이를 물고 늘어질 경우 ‘흠있는 후보’라는 인상이 박힐 수 있다. 이 후보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차라리 욕을 먹더라도 안 나가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3일 한국노총이 <문화방송>과 함께 개최할 예정이었던 3자 합동토론회도 거부했다. 이 후보 쪽은 다른 일정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한국노총 쪽은 “이용득 노총 위원장이 이 후보와 1시간40분 동안 조찬을 하며 부탁하고, 이상득 국회 부의장·전재희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참석을 요청했는데도 토론 형식 등을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허탈해 했다.
지난 2002년에도 ‘네거티브 공세’를 이유로 텔레비전 토론회를 꺼렸던 이회창 후보는 이번에도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1등인 이명박 후보가 소극적인데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판단과, 명분없는 출마에 대한 직격탄이 쏟아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초대장을 받지 못한 군소 후보들은 소송까지 내며 적극적 대응을 하고 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쪽은 ‘범여권 2위 후보’라는 점을, 민주노동당 쪽은 ‘원내 9석의 3위 정당’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꼭 와달라는 사람은 외면하고, 초청받지 못한 손님들은 반발하는 상황’에 놓인 방송사도 난감해한다. 이미 여러 차례 방송된 후보 1인만 초청하는 ‘1인 토론회’ 형식은 이명박 후보 때도 시청률이 4~5%를 넘지 않았다. 흥행에 성공하려면 토론의 집중도를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선 경쟁력 있는 소수의 후보들만 참석시켜야 한다는 게 방송사 쪽 논리다. <문화방송>의 ‘100분토론팀’ 이영배 피디는 “선관위 토론회(참석기준 지지율 5% 이상)는 7명 가량의 후보가 난립해 효율적인 토론이 되기 힘들다”며 “차별화하려면 지지율 기준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후보와 주최 쪽 모두 현실적 이유와 공적 책임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창현 교수(국민대 신문방송학과)는 “지금까지는 1등 후보는 무조건 토론회를 거부해왔는데 이는 국민의 알권리를 막는 오만한 행동으로 비판받아야 한다”면서도 “다만 이들을 토론 자리에 끌어내기 위해선 심한 네거티브 공세는 토론 내용에서 제외하는 등 운영의 묘를 살리고, 군소 후보들에게 유권자들과 접촉할 수 있는 자리를 따로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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