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운데)가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호텔에서 ‘민주개혁세력의 패배주의 극복과 후보 단일화 촉구 사회원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개혁 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형규 목사, 백 교수, 함세웅 신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재야원로 ‘단일화 촉구’ 의미와 전망
정동영, 원군 만난듯…문국현 ‘완곡한 거부’
두 후보 합쳐도 20% 못넘어…효과 불투명 재야 원로 16명의 후보 단일화 촉구 성명은 민주개혁세력의 절박한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성명서에는, 범여권이 이번 대선에서 패배해 정권을 내놓게 되면 민주개혁세력 전체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것은 물론 역사와 국민의 삶이 퇴행할 것이라는 긴박감이 배어 있다. 대통령 선거를 꼭 30일 앞둔 19일 성명을 낸 것도 촉구와 경고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고심 끝 택일로 보인다. 이들 원로가 성명에 담은 것은, 한마디로 ‘범여권은 단결하라’는 메시지다. 원로들은 성명에서 “그간 힘들게 추진해온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평화정착 과정을 ‘잃어버린 10년’으로 매도하며 역사를 퇴행시키려는 세력이 기세등등한 반면, 민주개혁을 주도해온 사람들은 자신의 대오조차 정비하지 못한 채 패배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며 절박한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 범여권이 지금처럼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 셋으로 갈린 채 선거를 치른다면 패배 이외에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니 지금이라도 단일 대오를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하라는 주문이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보 단일화 주문(14일)에 이어지는 것으로, 하루 전인 18일 정동영 통합신당 후보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에게 단일화를 공식 제안한 것과도 맥락이 닿는다. 원로들은 성명에서 “어느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에 대한 무언의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지금은 민주개혁세력 내부의 가치논쟁에 몰두하기보다 공통의 가치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모습을 통해 국민들을 감동시킬 때”라는 구절은 이런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정동영 후보 쪽은 ‘원군’이라도 만난 듯 반기는 표정이지만, 선거공학적 단일화보다 가치가 우선한다고 보는 문 후보 쪽은 ‘완곡한 거부’의 뜻을 밝혔다. 문 후보 선대본부의 장유식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원로들의 걱정과 나라 사랑하는 마음에는 감사를 드리지만, 무조건적 단일화는 대선 승리의 길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문 후보 선대본부의 핵심 인사는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선언이 결국 블랙홀이 되고 만 것은 그쪽(통합신당과 정 후보)이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원로들은 먼저 통합신당과 정 후보의 무능과 무감각에 더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민주당과의 합당 선언으로 ‘단일화 효과’가 이미 반영된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은 13.2%(<한겨레>-리서치플러스 17일 여론조사)에 불과해,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 6.6%를 산술적으로 합쳐도 20%를 넘지 못한다. 현실정치에 영향력을 가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도 현재로선 ‘훈수’ 이상의 파급력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다. 원로들의 성명이 그 절박함 만큼이나 실제 단일화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두 후보 합쳐도 20% 못넘어…효과 불투명 재야 원로 16명의 후보 단일화 촉구 성명은 민주개혁세력의 절박한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성명서에는, 범여권이 이번 대선에서 패배해 정권을 내놓게 되면 민주개혁세력 전체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것은 물론 역사와 국민의 삶이 퇴행할 것이라는 긴박감이 배어 있다. 대통령 선거를 꼭 30일 앞둔 19일 성명을 낸 것도 촉구와 경고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고심 끝 택일로 보인다. 이들 원로가 성명에 담은 것은, 한마디로 ‘범여권은 단결하라’는 메시지다. 원로들은 성명에서 “그간 힘들게 추진해온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평화정착 과정을 ‘잃어버린 10년’으로 매도하며 역사를 퇴행시키려는 세력이 기세등등한 반면, 민주개혁을 주도해온 사람들은 자신의 대오조차 정비하지 못한 채 패배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며 절박한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 범여권이 지금처럼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 셋으로 갈린 채 선거를 치른다면 패배 이외에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니 지금이라도 단일 대오를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하라는 주문이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보 단일화 주문(14일)에 이어지는 것으로, 하루 전인 18일 정동영 통합신당 후보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에게 단일화를 공식 제안한 것과도 맥락이 닿는다. 원로들은 성명에서 “어느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에 대한 무언의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지금은 민주개혁세력 내부의 가치논쟁에 몰두하기보다 공통의 가치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모습을 통해 국민들을 감동시킬 때”라는 구절은 이런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정동영 후보 쪽은 ‘원군’이라도 만난 듯 반기는 표정이지만, 선거공학적 단일화보다 가치가 우선한다고 보는 문 후보 쪽은 ‘완곡한 거부’의 뜻을 밝혔다. 문 후보 선대본부의 장유식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원로들의 걱정과 나라 사랑하는 마음에는 감사를 드리지만, 무조건적 단일화는 대선 승리의 길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문 후보 선대본부의 핵심 인사는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선언이 결국 블랙홀이 되고 만 것은 그쪽(통합신당과 정 후보)이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원로들은 먼저 통합신당과 정 후보의 무능과 무감각에 더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민주당과의 합당 선언으로 ‘단일화 효과’가 이미 반영된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은 13.2%(<한겨레>-리서치플러스 17일 여론조사)에 불과해,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 6.6%를 산술적으로 합쳐도 20%를 넘지 못한다. 현실정치에 영향력을 가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도 현재로선 ‘훈수’ 이상의 파급력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다. 원로들의 성명이 그 절박함 만큼이나 실제 단일화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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