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동영 후보의 고교 정책 비교
[2007대선 이것이 쟁점이다] 특목고 정책
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은 특수목적고(특목고)가 교육을 얼마나 황폐화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특목고의 폐지 또는 확대 여부를 차기 정부로 미뤄놓은 상태다. 다음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 평준화로 획일화…“양극화 심화” 비판
정, 300곳 집중 육성…“고교 서열화” 지적
문국현 “자율형 공교육”…권영길 “특목고 폐지” 대통령 후보들은 ‘사교육비 해소’, ‘공교육 정상화’를 한결같이 부르짖고 있지만, 특목고에 대한 접근법은 상당히 다르다. 특히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각각 ‘300개 특성화고 육성’, ‘300개 우수공립고 육성’ 공약을 내놓고, ‘수월성이냐 평준화냐’라는 해묵은 쟁점을 둘러싼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후보의 ‘자율형 사립고’ 공약은 고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게 핵심이다. 현행 고교 평준화 아래서 정부의 간섭 때문에 학교 교육이 획일적으로 이뤄지고, 이로 인해 사교육이 횡행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 선발이나 교과 과정 등에서 자율성을 갖는 학교를 만들면, 사교육 수요가 흡수될 것으로 본다. 기존 특목고는 학교가 원할 경우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학교들도 자율형 사립고를 ‘본보기’ 삼아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라는 것이다. 정 후보는 농어촌과 도시 서민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우수 공립고’ 300개를 육성하고, 우수 공립고의 성과를 전국 1400개 고교로 확산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우수 공립고에 예산을 추가 지원하고, 교장에게 학교 운영권에 대한 전권을 부여해 고교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우수 공립고가 자리잡으면 특목고는 더 이상 확대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300개’로 대표되는 이 후보의 고교 정책이 ‘자율과 경쟁’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교육관에 기초하고 있다면, ‘우수 공립고 300개’ 공약을 내놓은 정 후보는 기존 공교육의 틀을 유지하면서 전체 고교를 상향 평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현재 특목고와 똑같은 학교를 더 만들어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란 비판이 뒤따른다. 특히 정 후보 쪽은 “외고 입시문제 유출사건은 이 후보 공약의 ‘맛보기 사건’”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반면, 이 후보 쪽은 정 후보의 공약에 대해 “우수고 300개 육성도 결국 고교를 서열화하겠다는 것이고, 사립고의 역할에 대한 고려도 없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두 후보의 고교 정책이 이처럼 차이를 보이는 것은, 대학 입시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대학 입시도 2012년까지 자율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대학 서열화에 대한 대책이 없어 결국 초·중학교까지 입시 지옥화할 것이란 비판이 많다. 정 후보의 경우 아예 대학 입시를 폐지하고 대학 특성화를 통해 서열화를 해소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대학들의 반발과 사회적 합의의 어려움 때문에 현실화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고교가 자율적으로 학교 운영에 관한 ‘헌장’을 만들어 각자 특성에 맞게 공교육을 수행하도록 하는 ‘자율형 공교육’이란 개념과, 대학입시에서 지역·성비 등에 따라 학생을 할당하는 ‘기회균등 선발제’를 내놓았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아예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자사고)를 폐지하고 고교평준화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지은 조혜정 기자 jieuny@hani.co.kr
정, 300곳 집중 육성…“고교 서열화” 지적
문국현 “자율형 공교육”…권영길 “특목고 폐지” 대통령 후보들은 ‘사교육비 해소’, ‘공교육 정상화’를 한결같이 부르짖고 있지만, 특목고에 대한 접근법은 상당히 다르다. 특히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각각 ‘300개 특성화고 육성’, ‘300개 우수공립고 육성’ 공약을 내놓고, ‘수월성이냐 평준화냐’라는 해묵은 쟁점을 둘러싼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후보의 ‘자율형 사립고’ 공약은 고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게 핵심이다. 현행 고교 평준화 아래서 정부의 간섭 때문에 학교 교육이 획일적으로 이뤄지고, 이로 인해 사교육이 횡행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 선발이나 교과 과정 등에서 자율성을 갖는 학교를 만들면, 사교육 수요가 흡수될 것으로 본다. 기존 특목고는 학교가 원할 경우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학교들도 자율형 사립고를 ‘본보기’ 삼아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라는 것이다. 정 후보는 농어촌과 도시 서민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우수 공립고’ 300개를 육성하고, 우수 공립고의 성과를 전국 1400개 고교로 확산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우수 공립고에 예산을 추가 지원하고, 교장에게 학교 운영권에 대한 전권을 부여해 고교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우수 공립고가 자리잡으면 특목고는 더 이상 확대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300개’로 대표되는 이 후보의 고교 정책이 ‘자율과 경쟁’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교육관에 기초하고 있다면, ‘우수 공립고 300개’ 공약을 내놓은 정 후보는 기존 공교육의 틀을 유지하면서 전체 고교를 상향 평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현재 특목고와 똑같은 학교를 더 만들어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란 비판이 뒤따른다. 특히 정 후보 쪽은 “외고 입시문제 유출사건은 이 후보 공약의 ‘맛보기 사건’”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반면, 이 후보 쪽은 정 후보의 공약에 대해 “우수고 300개 육성도 결국 고교를 서열화하겠다는 것이고, 사립고의 역할에 대한 고려도 없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두 후보의 고교 정책이 이처럼 차이를 보이는 것은, 대학 입시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대학 입시도 2012년까지 자율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대학 서열화에 대한 대책이 없어 결국 초·중학교까지 입시 지옥화할 것이란 비판이 많다. 정 후보의 경우 아예 대학 입시를 폐지하고 대학 특성화를 통해 서열화를 해소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대학들의 반발과 사회적 합의의 어려움 때문에 현실화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고교가 자율적으로 학교 운영에 관한 ‘헌장’을 만들어 각자 특성에 맞게 공교육을 수행하도록 하는 ‘자율형 공교육’이란 개념과, 대학입시에서 지역·성비 등에 따라 학생을 할당하는 ‘기회균등 선발제’를 내놓았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아예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자사고)를 폐지하고 고교평준화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지은 조혜정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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