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호남, 명분없인 지지안해”
친노 이화영 “정당정치 최고 위기”
조순형 “합당 강행땐 탈당하겠다”
친노 이화영 “정당정치 최고 위기”
조순형 “합당 강행땐 탈당하겠다”
“대선용 통합인지, 총선용 통합인지….”(한 재선 의원)
대통합민주신당이 민주당과의 합당 선언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원칙 없는 통합이라는 비판과 일대일 합당 방식에 대해 격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통합이 오히려 당의 단합을 깨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길승·김상희 최고위원 등 ‘미래창조연대’ 출신 중앙위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어 “정책적 가치와 국민적 비전 제시 없이 지분 나누기로 보여지는 단일화 논의를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극우적 발언을 서슴치 않은 이인제 후보와의 조건 없는 통합이 이회창 후보와의 통합과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정동영 후보와 오충일 대표가 별다른 의견수렴 절차 없이 합당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이들은 통합신당 창당 때 50%의 지분으로 참여했으나,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입지가 크게 좁아지게 됐다.
이런 반발은 당내 계파를 따지지 않는 분위기다.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선대위원장·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합당이 지역 또는 과거로의 퇴행, 총선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호남 유권자들은 대의명분과 원칙이 뚜렷할 때 지지하지, 단순히 세력을 합친다고 지지하는 게 아니다.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친노 의원들과 손학규 전 지사를 지지했던 의원들, 중립 의원까지 공개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총선 뒤인 6월로 미룬 점이 가장 반발을 사는 대목이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한테 공천권 50%를 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당내 일각에는 ‘원칙 없는 합당’에 대한 반대를 명분 삼아, 문국현 창조한국당 예비후보 쪽으로의 ‘이탈’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동영 후보가 합당 이후에도 지지율을 끌어 올리지 못할 경우 (문 후보 쪽으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며 “참으로 찜찜한 통합”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이 성명에서 “필요시 중대한 결단도 불사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4인 회동 합의문은 당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부결될 경우 당의 대선 후보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점에서 부결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당내에서 중앙위원회 소집 요구가 제기되는 등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조순형 의원도 이날 “합당을 강행하면 19일 합당신고 전 탈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통합신당에서 민주당 분당과 국정실패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정동영 후보는 참여정부의 정치적 노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민주당의 입장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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