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특검’ 의제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세실레스토랑에서 ‘삼성 비자금 특검을 위한 대선후보 3자 연석회의’를 연다. 세 후보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자 회동의 공식 의제는 ‘삼성 비자금 특검 추진’으로 제한돼 있다. 정 후보 쪽 민병두 전략기획본부장, 문 후보 쪽 정범구 선대본부장, 권 후보 쪽 최규엽 비서실장이 사전에 예비모임을 열어 의제를 조율한 결과다. 세 후보의 회동을 계기로 원내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삼성 비자금 특검 문제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회동에서 공식 의제와 별도로 주목받는 부분은 정 후보와 문 후보 사이에 대선후보 단일화 논의의 시동이 걸릴 것인지 여부다. 정 후보 선대위의 민병두 전략기획본부장은 “삼성 비자금 특검을 논의하면 자연스럽게 반부패 얘기도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부패 논의를 징검다리 삼아 단일화 문제로 건너가겠다는 정 후보 쪽의 전략이 읽힌다.
그렇지만 문 후보 쪽은 이번 회동이 단일화를 위한 전단계로 해석되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김갑수 선대본부 사이버대변인은 “회동의 시기에 대해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이번 회동이 단일화 논의와 무관함을 강조했다.
권영길 후보 쪽도 “삼성 비자금 특검 도입만을 논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3자 회동이 범여권 후보 단일화 수순으로 흘러가는 데 대한 강한 경계감을 나타냈다. 권 후보 쪽은 정 후보 쪽이 3자회동이 열린다는 사실을 애초 약속보다 먼저 발표한 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며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박용진 선대위 대변인은 “후보 단일화 틀로 규정되는 회동에는 응할 수 없다. 회동 성사는 단일화가 아니라 삼성 특검이 오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못박았다.
임석규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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