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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호남표 결집’ 단일화 카드…어게인 2002?

등록 2007-11-12 21:00

단일화 합의 /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당을 위해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연 4자회담에서 두 당의 대통령후보와 대표가 각각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통합신당의 오충일 대표, 정동영 후보,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 박상천 대표.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단일화 합의 /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당을 위해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연 4자회담에서 두 당의 대통령후보와 대표가 각각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통합신당의 오충일 대표, 정동영 후보,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 박상천 대표.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통합신당·민주당 합당 선언
“노선 불분명한 통합” “감동없는 이벤트” 비판
“민주당 지지율 흡수, 진보층 유입은 회의적” 분석

우연의 일치일까? 5년 전 이맘때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는 ‘노무현 단일화’에 합의했다. 11월24일이었다. 정동영 통합신당, 이인제 민주당 두 후보의 단일화가 예정된 날도 11월24일이다.

5년 전 노무현 후보는 단일화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6.5%포인트 차(한국갤럽 조사)로 앞서며 전세를 일거에 뒤집었다.

그 ‘단일화의 추억’을 떠올리며 통합신당과 민주당은 12일 합당과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단일화에 대한 기대치는 분명하다. 호남 표를 결집해 단일 후보의 지지율을 20%대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재선 의원은 “김경준씨가 귀국하기 전에 단일한 ‘그릇’을 만들어, 검찰 수사가 진전되면 이명박 후보로부터 떨어져 나올 전통 지지층을 받아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반대 /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당 대 당’ 통합과 후보단일화 원칙에 합의한 12일 광주 구동체육관에서 민주당 광주지역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참석자들 뒤편으로 두 당의 통합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광주/연합뉴스
통합 반대 /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당 대 당’ 통합과 후보단일화 원칙에 합의한 12일 광주 구동체육관에서 민주당 광주지역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참석자들 뒤편으로 두 당의 통합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광주/연합뉴스
<한겨레>의 11월10일 여론조사 지지율은 정 후보 12.4%, 이 후보 1.8%에 불과하다. 산술적 수치로만 보면 두 후보가 단일화해도 15%가 채 안 된다.

정 후보와 이 후보 쪽은 그래도 ‘단일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영식 통합신당 의원은 “단일화가 서부벨트 지지층 결집에는 영향을 끼친다. 정 후보로 단일화되면 지지율이 20%대 후반까지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기훈 대변인도 “단일 후보가 나서면 호남지역 지지율이 80~90%대로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후보의 단일화가 지지층 결집의 계기로 작용하면서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층이 상당 부분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4년 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갈라지기 전의 상태로만 돌아와도 그 파괴력이 대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단일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우선 호남표 또는 ‘집토끼’로 불리는 개혁 성향 지지자들의 재결집에 의문부호를 찍는 사람들이 많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는 “합쳤다는 당의 정치노선이나 정책이 무엇인지가 불명료한 정치공학적 성격의 통합”이라며 “지금의 민주당 지도부나 그 후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볼 때, 통합에 따른 플러스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코리아’의 김형석 대표는 “앞으로 비비케이 사건이 더 발전한다고 해도 ‘실체 공방’만 갖고는 이명박 후보 지지층의 12% 안팎을 구성하고 있는 옛 범여권 지지층을 되가져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까지 아우르지 못하는 후보 단일화의 한계도 지적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단일화의 틀 안에 문국현 후보까지 담지 못한다면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식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고 평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플러스’의 임상렬 대표는 “통합에 동의하는가 여부를 떠나서 이번 선언 자체가 이벤트로서 국민들의 주목을 받아야 할 텐데, 그럴 만한 요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밀실 협상’의 한계를 말했다. 약 20일 동안, 협상개시 선언 → 텔레비전 토론 → 여론조사와 단일화로 숨가쁘게 이어지며 극적 효과를 거뒀던 2002년판 단일화의 감동과 흥미가 이번에는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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