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최고위원 사퇴…박근혜쪽 끌어안기 총력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8일 최고위원직을 전격 사퇴함에 따라 한나라당 내분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동안 박근혜 전 대표 쪽은 당 화합의 최소 조건으로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요구한 터여서, 앞으로의 당 내분 추이가 대선 정국의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회창 전 총재 규탄대회를 전국에서 잇달아 열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공세에 들어갔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날 측근인 진수희 의원을 통해 “모든 것을 버리고 백의종군하겠다”며 사퇴성명을 발표했다. 이 최고위원은 성명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내가 물러난 만큼 박 전 대표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필승결의대회에 참가해 주고, 박 전 대표 쪽은 또다른 조건을 제시하지 말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공석에 나타나지 않은 채, 이 전 총재의 출마와 이 최고위원의 사퇴 등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이 최고위원 사퇴를 요구했던 유승민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화합의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서울 당사 기자회견에서 ‘이회창 전 총재’를 ‘이회창씨’로 바꿔 부르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강 대표는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 “명분과 절차도 없이 정계은퇴 약속을 뒤집는 노욕이고,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며 “상식과 순리를 거스른 사람의 말로가 어떠한지, 교훈이 되도록 철퇴를 가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나라당은 이날부터 전국 지구당(243곳)마다 이 전 총재 규탄대회를 열고 시·도당(16곳)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거당적인 ‘이회창 성토’에 나섰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오후 재향군인회 강연에서 당의 신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비전’과 관련해 “‘한반도 평화비전’은 한나라당의 공식 당론이 아니다. 저의 대북정책과는 차이가 있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이 후보가 지난 7월 ‘한반도 평화비전’이 나오던 당시 “당의 한반도 평화비전이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전략적이고 유연하게 대비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한편, 이회창 전 총재는 이날 한나라당의 비판을 두고 “험한 소리가 나오더라도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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