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출마선언 뒤 지지율 변화
“고정지지층 있어” “꽃가루 효과” 해석 갈려
출마 선언 이튿날인 8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남대문 사무실은 들뜬 분위기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올랐거나, 현상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측근들은 내심 출마선언 뒤 지지율 하락을 우려했다.
이날 발표된 <조선일보>와 티엔에스코리아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전 총재는 24% 지지율로 37.9%를 얻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지난달 31일 <에스비에스>-티엔에스코리아 조사보다 4.9%포인트 오른 것이다. <문화방송>-코리아리서치와 <와이티엔> 조사에서는 각각 20.5%와 19.7%를 기록했다. <중앙일보> 조사에선 19.9%로 닷새 전(20.8%)과 사실상 같은 수치를 유지했다.
이 전 총재는 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날 남대문 사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지지율이) 안 빠졌어요? 저로선 듣기 좋은 소식이다. 솔직히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그는 “진심과 제가 보이려는 신념을 국민에게 알리면서 마음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는 선거운동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좀 두고 봐야죠”라고 덧붙엿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당분간 현상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혜 코리아리서치 상무는 “새로운 인물이라면 등락을 거듭할 여지가 크겠지만, 이 전 총재는 두 번이나 대선에 출마해 고정 지지층이 있다”며 “애초 지지자들이 출마 명분의 타당성엔 큰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출마 선언 자체는 큰 영향을 못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하락을 점치는 의견이 많았다. 현상유지는 출마선언으로 말미암은 ‘꽃가루 효과’일 뿐, 부족한 출마 명분과 절차 등에 따른 비판 여론이 만들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사퇴로 당 내분이 봉합 국면에 접어들면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성민 민 컨설팅 대표는 “이재오 최고위원 사퇴에 박 전 대표가 화답해 당 내홍이 가라앉으면 이 전 총재 지지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언론의 관심에 따른 반짝효과일 뿐 무소속의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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