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총재쪽 “이재오, 없는줄 알면서 집 찾아와…불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6일에도 상경하지 않고 지방에서 장고를 거듭했다. 한나라당은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막으려고 총력전에 나섰다.
이 전 총재는 이날도 서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집을 떠난 지 나흘째다. 이 전 총재를 수행 중인 이채관 보좌관은 “이르면 화요일, 늦으면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올라가실 것”이라고 말했다. 측근인 이흥주 특보도 “현재까지는 올라온다는 말씀이 없으셨다”며 “아마 국민 앞에 섰을 때 어떻게 정치권과 국민들이 자신의 고심과 결정을 소화할까 하는 부분을 최종 정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창당이나 남의 당 후보로 나선다는 것은 어렵고 국민들에게도 진솔한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는다”며 “결국 혼자 가는 방안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또 “이 전 총재는 보수·우파가 분열로 갈라져 망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인 그의 살신성인적인 태도다. (보수우파를) 분열시켜 망치자고 나설 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출마 재검토나 출마 뒤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대국민 발표 전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만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시간이 된다면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날 밤 이재오 최고위원이 이 전 총재의 서빙고동 자책을 방문한 것을 두고는 “이미 안 오신다는 것을 임태희 비서실장을 통해 알려드렸음에도 불쑥 왔다는 것은 이 총재에게 부담주려는 상황을 만든 것 아닌가 싶다”며 “이는 이 전 총재를 욕뵈는 것으로 굉장히 불쾌하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위기다. 이명박 후보를 비롯해 온 당이 이 총재 출마 말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언론회관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현재의 한국 정치를 보며 매우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이 전 총재의 출마 움직임을 비판했다. 강재섭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으로 치면 ‘태정태세문단세 …’에서 ‘태’에 해당하시는 분”이라며 “(출마는) 그나마 존경받는 원로가 사라진다는 얘기이자 정치를 떠나서 동지들끼리 총부리를 서로 갖다 대고 싸운다는 것이라, 그런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이 전 총재는 늘 법과 원칙을 강조하신 분인데 이런 분이 사실상 경선에 불복하는 출마선언을 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고 비판했다.
김학송·원희룡·서병수 등 당 재선의원 16명과 당내 중심모임 회원들 역시 이날 공개서한과 성명을 내어 “출마는 한나라당의 경선 절차를 깡그리 짓밟는 일”, “이 전 총재의 출마는 한나라당의 대선 전열을 가르는 분열”이라며 불출마를 촉구했다.
한편, 이날 이회창 전 총재의 서울 남대문 사무실엔 이흥주 특보를 비롯해 최형철 호원대 교수, 지상욱 박사 등 측근들이 수시로 회의를 열었고, 지지자들 역시 수십명이 수시로 드나들어 대선 캠프를 방불케 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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