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인 가운데 한나라당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대구.경북(TK) 지역 정가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 전 총재가 8년간 한나라당을 이끈 점을 감안하면 그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당원이 누가 있느냐는 반응에서부터 오랜만에 찾아온 정권 재창출의 기회가 보수진영의 분열로 물 건너가는 최악의 상황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까지 반응이 다양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 소속 한 경북도의원은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전 총재의 출마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보수진영의 가장 큰 목표는 연말 정권 재창출인데 이 전 총재가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경우 보수진영은 자연스럽게 분열돼 정권창출에 실패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금으로선 출마설 정도이지만 실제 출마를 선언하게 될 경우 대구.경북에서는 이 전 총재에 대한 지지율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한나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지역에서 이 전 총재의 세라고 하면 기껏해야 `창사랑'이나 최근 창의 지지단체로 부각된 `대구희망21연대' 수준일 것"이라면서 "이 전 총재가 한나라당 창당 주역인데다 그동안 당과의 깊은 인연 탓에 지지정서가 남아 있는 것이지 실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대부분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지난 8월 치러진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진영에 있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미묘한 기류'를 언급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박 전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한 광역의원은 "경선 뒤 이명박(李明博) 후보가 박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지 않고 등거리 정책을 쓰고 있는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인사들이 많다"면서 "앞으로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고 마치 `점령군' 같은 일부 인사의 행보가 이어질 경우 상당수 당원이 이 전 총재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광역의원은 "이 전 총재가 8년 동안 한나라당을 이끌었기 때문에 지역 인사들도 대부분 이 전 총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 전 총재에 대한 지지는 거의 광적 수준인 반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대구희망21연대를 중심으로 이회창 전 총재 진영의 지지세 결집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대구희망21연대 정덕연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전 총재가 출마를 선언하면 곧바로 활동에 들어갈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면서 "사무실에서부터 지역 내 조직책까지 필요한 부분은 준비가 마무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류성무 기자 tjdan@yna.co.kr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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