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 송중초등학교에서 ‘방과후교실’을 둘러보던 중 한 어린이의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이명박에 ‘변화 주도권’ 뺏기고
참여정부와 차별화도 어정쩡
‘피부 와닿는 변화’로 방향잡아
참여정부와 차별화도 어정쩡
‘피부 와닿는 변화’로 방향잡아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데….”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통령후보 쪽 관계자들이 최근 부쩍 꺼내놓는 말이다. ‘변화’ 이미지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한테 빼앗겼다는 지적이다. 대선에서 ‘변화’ 이미지는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범여권 지지층은 개혁과 변화에 민감하다. 뭔가 ‘다른 것’을 내놓지 않고는 이들을 묶어 세우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정 후보 쪽은 변화를 강하게 주장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토로한다.
가장 큰 고민은, 이명박 후보가 변화 이미지를 선점하면서 정 후보의 이미지는 변화가 아니라 오히려 ‘(현상) 유지’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건설, 버스중앙차로 도입 등으로 ‘뭔가 바꿔낸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얻은 측면이 강하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권 교체’라는 구호는 물론, 대운하 건설, 3불정책 폐지와 자율형 사립고 300곳 건립 등 정책 이슈를 주도하며 변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정 후보 쪽은 이런 이 후보를 공격하며 각을 세우려다 보니 자칫 기존의 정책들을 ‘유지’하는 쪽으로 비치기 쉽다. 대표 구호인 ‘가족행복 시대’ 역시 변화의 느낌보다는 보수적 가치로 인식된다는 지적이 내부에선 나온다. 선거대책위의 최재천 대변인은 “이 후보는 국민들의 불만에 대해 참여정부 책임론을 내세우고 무조건 바꾸자고 주장하는데, 그것이 유권자들에게는 변화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참여정부의 공은 계승하고, 과는 극복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변화란 말을 쓰기 곤란하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세력’임을 강조하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예비후보의 존재도 정 후보가 변화 이미지를 갖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특히 변화를 주장하면 참여정부와 의도적으로 차별화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정 후보 쪽의 딜레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의원은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는 민주당의 주류가 아니었다. 그런 그는 자신의 삶과 ‘낡은 정치 청산’이라는 구호를 연결지어 국민들에게 확실한 변화 이미지를 심어 줬다”며 “그러나 참여정부에서 잘 나갔던 정 후보는 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 후보 쪽은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이명박 후보의 변화 이미지가 ‘허구’임을 드러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민병두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금산분리 폐지, 3불정책 폐지 등 이 후보의 정책은 ‘가치 있는 변화’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성장 중심 개발주의의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이라며 “그게 변화로 읽히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미지를 변화로 인식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착시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한편으로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통해 국민들이 ‘피부에 와 닿는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정 후보가 지난 30일 군 부대 방문에 이어 31일 서울 미아동 송중초등학교를 찾아 학부모들에게 ‘영어 교육 국가책임제’ 공약을 제시하는 등 민생 탐방에 나선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최재천 대변인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정책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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