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지지모임인 ‘희망나라 국민포럼’ 소속 회원들이 29일 오후 이 전 총재의 서울 남대문 사무실 앞에서 대선출마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 prince@hani.co.kr
내년 총선 내다보며 출마 저울질
측근 “결심 그렇게 늦진 않을 것”
측근 “결심 그렇게 늦진 않을 것”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언제 어떤 조건에서 자신의 결심을 밝힐까?
이 전 총재는 29일에도 서울 남대문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서빙고동 자택에 머물렀다. 최근엔 특별한 외부 일정도 잡지 않고 있다. 이날 이 전 총재의 남대문 사무실 주변에선 지지모임인 ‘희망나라 국민포럼’의 ‘대선 출마 촉구 집회’와, 민주계 인사들 모임인 ‘민주연대 21’의 ‘출마 움직임 규탄대회’가 나란히 열렸다.
이 전 총재의 이흥주 특보는 “이 전 총재가 본인의 모든 정치생명을 걸고 결단하는 문제에 대해 무겁게 장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 전 총재의 출마 여부 결단 시점에 대해 그는 “무한정 고심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늦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가 출마 여부를 쉽게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이유는, 단지 출마 시기를 저울질한다는 의미보다는 대선 이후의 행보까지 고려하기 때문일 것이란 관측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현재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50%를 넘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이 전 총재가 출마하더라도 당선되기가 어렵다. 그의 한 측근 인사는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명박 후보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라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 쪽의 상당수 인사들은, 이 전 총재가 특별한 의사 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가 이 후보 지지율이 급락할 경우 출마 뜻을 밝힐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이 올지는 현재로선 극히 불투명하다. 이명박 후보가 중도에 낙마할 가능성은 더욱 낮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회창 전 총재로선, 이번 대선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내년 4월의 총선까지 바라보고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으리란 관측이 제기된다. 내년 총선 이후까지 내다보면서 자신을 주축으로 한 정치세력의 창출과 유지가 가능할지를 고민하리란 것이다. 지난 두차례 대선에서 이 전 총재와 가까웠던 한 인사는 “바로 이 점에서 확신이 서지 않기에 이 전 총재는 쉽게 정치 재개를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정치 재개는 명분도 없고, 뒷받침할 세력도 없다는 지적이 많다. 박근혜 전 대표 쪽과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는 회의적인 게 사실이다. 이 전 총재의 옛 측근은 “내년 총선까지 겨냥한다면 당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 재출마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중요한 변수다. 지난 27일 <불교방송>과 한국오피니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는 13.7%의 지지율로 이명박 후보(44.2%),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20.4%)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그의 한 측근은 “이 전 총재에 대한 지지세를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여론’이란 곧 재출마 선언의 ‘명분’과도 직결된다. 여론과 명분을 살필 시간은 대선 후보 등록일인 11월25~26일까지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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