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가운데)가 22일 밤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김근태 상임고문, 이해찬·손학규 경선후보, 오충일 대표(왼쪽부터)와 만나 손을 모으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파병연장 반대 결정
정동영 대통합 민주신당 대통령후보가 급속히 당내 화합을 다져가고 있다. 22일 오후 손학규·이해찬 두 경선후보, 김근태 상임고문, 오충일 대표 등 당내 ‘대주주’들과 회동해 이라크 파병 연장 반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 정-손-이 결속 과시=정 후보 등 5인은 이날 회동 뒤 발표한 합의문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한-미 동맹을 고려해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동의안을 제출한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국민과의 약속’을 이유로 파병 연장 반대 뜻을 분명히했다.
이날 회동은 애초 ‘공동선대위원장 4인 체제’를 공식화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정 후보가 자이툰 부대 연장 동의 문제의 시급성과 민감성을 고려해, 회동 전에 선대위원장들한테 토론을 제안했고, 회동 자리에서 별다른 이견 없이 신속하게 합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친노 진영의 대표 격인 이해찬 전 총리도 이견을 나타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천 대통령후보 대변인은 “지난해 파병 연장 동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때 (올해 철군한다는) 분명한 전제조건이 있었다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고, 당 지도부가 오늘 오전 연장 동의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도 단일한 의사를 표명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특히 정 후보를 중심으로 ‘화합과 통합’을 기치로 한 4인 선대위원장 체제가 구성되는 등 당의 내부 통합이 마무리 된 단계에서, 주요 정책을 놓고 당이 갈등을 빚는 데 대한 부담감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
■ 노 대통령과 관계=이날 5인 회동 결과가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사다. 이날 회동에서 정 후보 등이 신속하게 합의한 데는 이 문제에서 머뭇거렸다가는 “한나라당과 다를 게 뭐냐”는 핵심 지지층의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내 철군’ 약속을 뒤집은 노 대통령의 결정에 ‘들러리’를 서는 것으로 비칠 경우 정 후보로서는 ‘정체성’ 문제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청와대는 일단 23일 노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과 정치권을 직접 설득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선택이다. 솔직한 설명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 쪽은 노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노 코멘트”라며 일체 언급을 꺼렸다. 최 대변인은 “오로지 국민을 보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존중하면서 뚜벅뚜벅 간다는 게 정 후보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단 청와대는 파병 문제로 정 후보 쪽과 정면대립은 피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핵심 참모는 “국정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이 고민하고 결단해야 할 몫이 있고, 대통령후보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해야 할 몫이 따로 있는 것”이라며 “정 후보가 정부의 결정과 다른 선택을 한다고 대통령과 관계가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신승근 기자 sky@hani.co.kr
일단 청와대는 파병 문제로 정 후보 쪽과 정면대립은 피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핵심 참모는 “국정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이 고민하고 결단해야 할 몫이 있고, 대통령후보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해야 할 몫이 따로 있는 것”이라며 “정 후보가 정부의 결정과 다른 선택을 한다고 대통령과 관계가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신승근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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