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묘역 참배 /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22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광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호남고속철 5년내 완공…인사 소외 없을것”
호남은 한나라당의 불모지다. 각종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10% 이상의 표를 얻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나라당은 5·18 광주항쟁의 ‘원죄’를 지고 있는데다, 5·6공과 김영삼 정부 시절 각종 인사에서 호남을 철저히 소외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야당이 된 이후에도 지금껏 호남을 홀대했다는 지적이 내부에선 나온다. 지난 2004년 총선 때 한나라당 비례대표 당선자 21명 가운데, 호남 출신은 배일도 의원 단 한 명뿐이다. 영남 출신이 9명인 것에 비하면 차이가 크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는 22일 전국 투어를 시작하면서 그 첫 장소로 ‘광주’를 택하고 5·18 묘역을 참배했다. 중앙선대위 회의도 이날 광주에서 열었다. 호남에서의 ‘반한나라당’ 정서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는 한편, 각각 호남과 충청 출신인 정동영 통합신당·이인제 민주당 후보의 ‘서부 벨트’ 단일화에 대한 견제 성격도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지역 선대위 발대식을 겸한 ‘국민성공 대장정’ 행사에서 “역사적으로 처음으로, 대선에서 광주·전남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되려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 방법으로 역시 ‘경제’를 들었다. 그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호남고속철은 제 임기중에 끝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광주 2015년 목포 2017년으로 예정된 호남고속철 완공시기를 5년내로 앞당기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호남이 그동안 대선에서 정치적 관심에 따라 대통령을 택했다면 이제는 경제발전의 적임자를 선택해 새로운 ‘빛고을’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새로운 정부에서는 출신지역으로 인해 인사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앞서 5·18 묘역을 참배한 뒤엔 “5·18을 미완성이라고 하는데 이를 완성시키는 게 역사에 대한 반성이라고 생각한다. 이 분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를 화합, 통합시켜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 쪽은 호남에서 꾸준히 두 자릿 수 지지율을 유지하는 이유의 하나로, 이 후보의 ‘탈여의도’ 성향을 들었다. 이 후보가 ‘실용’과 ‘경제’를 강조하면서 정치색을 탈피하고 호남 유권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리서치플러스’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0일 조사에선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27.9%나 됐으나,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결정 이후인 17일 조사에선 14.5%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여전히 호남에서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권태호 기자, 광주/성연철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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