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이명박 후보 최근 2년간 지지율 추이
흥행·이슈생산 미흡…20% 지지율 진입 과제
“이제 후보가 되었으니 이후 첫번째 나오는 여론조사부터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에 대한) 추격을 시작할 겁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대통령후보는 16일 <한국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제는 여론조사”라며, 경선 이후 지지도가 오르는 이른바 ‘경선효과’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 후보가 큰 폭의 경선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역대 대선에서 가장 극적인 경선효과를 누린 사람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당시 노 후보는 2002년 대선을 앞둔 민주당의 광주경선에서 이인제 후보에게 역전승을 거둔 뒤 지지율이 한때 50%대까지 치솟았다. 정당사상 처음 실시된 국민경선의 ‘이벤트 효과’에다 여권의 정신적 성지인 광주가 영남 출신 후보를 선택했다는 상징성까지 보태져 고공행진이 가능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정 후보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정 후보 자신의 지지율은 2005년 10월 이후 계속해서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특히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에는 1%대까지 추락한 적도 있다. 통합신당의 예비경선이 시작되면서 회복세를 보였지만 아직 충분하지는 않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플러스의 임상렬 대표는 “지지율이 질적으로 변화하려면 동력이나 모멘텀이 있어야 하는데, 정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그걸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지금으로서는 10%를 완전히 넘어섰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선효과가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는 하겠지만, 20%대에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경선효과가 나타나려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쪽으로 넘어가 있는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을 다시 끌어와야 하는데, 정 후보의 이슈 생산 능력이나 인물 경쟁력을 볼 때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문국현 후보의 존재도 정 후보의 경선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 후보가 ‘20 대 80 사회’ ‘양극화 극복’ 등을 거론할수록 그 책임론에 발이 묶이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97년 대선의 ‘정권교체’, 2002년 대선의 ‘정치개혁’과 같은 화두가 정 후보에게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여러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원내 제1당의 공식 후보로 선출된 이상, 정 후보가 충분히 지지율을 끌어올릴 여력이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동영·손학규·이해찬 세 후보의 지지율이 낮았던 데엔 누가 후보가 될지 몰라 범여 지지층이 관망하고 있었던 측면이 적지 않다. 이제 범여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정 후보 지지율은 20%대까지는 오를 것으로 본다. 다만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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