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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이명박 국감’ 기싸움…국회 파행 조짐

등록 2007-10-12 20:21수정 2007-10-12 23:39

한나라당 ‘공격 빌미 우려’ 의사일정 전면거부
통합신당 “절차 적법…단독 국회라도 열겠다”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국회 정무위의 국정감사(국감)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과 대통합 민주신당(통합신당)이 각각 의사일정 전면 거부와 일정 강행으로 팽팽히 맞서는 것은 ‘이명박 국감’을 둘러싼 기 싸움의 성격이 짙다.

통합신당 쪽은 정기국회 초반부터 “이번 국감에서 ‘의혹투성이’ 이명박 후보 의혹을 밝혀야 한다”며 단단히 별러 왔다. 국감을 통해 비비케이 의혹뿐 아니라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상암 디엠시(DMC) 특혜 분양, 에이아이지(AIG) 특혜 의혹 등을 모두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최재성 통합신당 공보 부대표는 “이 후보가 떳떳하다면 국감 증인을 자청해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통합신당 쪽이 면책특권을 이용해 ‘김대업식’ 허위폭로를 할 수 있다”고 의심해 왔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 의혹과 관련한 증인채택 문제가 국회에서 처음 불거진 만큼, 초반부터 밀려 공격의 빌미를 줄 수는 없다는 게 한나라당 판단이다. 김정훈 공보 부대표는 “정무위만 그런 게 아니라 법사위, 건교위, 행자위 등 전부 ‘이명박 국감’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 처음부터 못하도록 (우리 뜻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비비케이 의혹은 양쪽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이다. 경우에 따라선 이 후보 도덕성과 관련해 올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게 통합신당 쪽의 주장이다. 통합신당이 김경준씨와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 이 후보 처남 김재정씨 등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도 이런 쟁점을 부각시키자는 의도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현미 통합신당 의원은 “김경준씨는 비비케이가 이 후보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 후보는 관련 없다는데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김경준씨가 사기 사건의 피의자로 기소중지된 사실을 강조하며 “비비케이 문제는 김씨가 귀국하는 대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히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통합신당이 이 문제를 국감에서 다루려는 것은 ‘야당 후보 흠집내기용 정치공세’라고 반격에 나섰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정에 참여하지도 않은 이명박 후보를 국감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국회 기능을 왜곡·변질시키는 정략적 행위”라며 “군사정권에서도 이런 무도한 일은 없었다”고 맹비난했다.

한나라당은 통합신당이 정무위 증인채택을 철회하지 않으면 국회 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통합신당도 비비케이 사건의 폭발력을 의식하고 있는 만큼 이런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순 없어, 당분간 국회 일정은 파행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감은 물론 검찰총장·감사원장 인사청문회 등 당장 처리해야 할 현안이 적지 않은데다 정쟁으로 날을 샌다는 비난 여론의 부담 탓에, 다음주 초께엔 일정 재개 협의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조혜정 김태규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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