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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격식·관행 파괴…‘일로 뭉쳐라’

등록 2007-10-09 20:48

이명박 대통령후보
이명박 대통령후보
선대위 구성으로 본 이명박 정치스타일
변화더딘 당조직에 답답
전문가와 현장회의 즐겨
형식보다 ‘알찬’ 보고 선호
지위 떠나 실무중심 대화

지난 8일 꾸려진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는 이명박 대통령후보의 ‘탈여의도 정치’ 구상이 녹아 있다. 기존 정치권 문법에 의존하지 않고, 실무·성과 중심으로 신속하게 결정, 집행하는 ‘이명박 스타일’이 뚜렷이 드러난다. 이런 스타일은 앞으로 선대위 운영에서 기존 당 지도부나 국회의원들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여지도 있어, 이 후보가 자신의 스타일을 어떻게 안착시킬지 관심이 쏠린다.

#1 ‘당·국회의원만으로는 선거 못 이겨’ =이 후보 선대위에는 국회의원 등 당내 인사들 사이에 “왜 나는 빠졌냐”는 불만이 나올 정도로 외부 인사들이 다수 포진됐다. 이 후보는 앞으로도 호남·충청권의 외부 인사들을 수혈할 방침이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 후보는 당 공조직만 믿고는 대선에서 이기기 어렵고, 국회의원들이 후보 주변을 감싸고 있어 봐야 득표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 조직이 변화에 더디고,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측근 의원은 “후보는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보면 결론이 뻔해진다. 그래서 당 회의 참석은 줄이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선대위 회의에도 일주일에 한번만 참석하고, 회의를 열더라도 당사보다는 현장을 돌면서 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기존 정치권을 바라보는 이 후보의 비판적 시각이 깔려 있다. 이 후보는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라는 책에서 14~15대 국회의원 시절을 떠올리며 “21세기 다변화하는 사회에서 아직도 변화를 가장 두려워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국회일 것”이라고 적었다.

# 2 ‘격식·관행은 필요없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저녁 서울 안국역에서 압구정역까지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이동했다. 도심이 꽉 막혀 예정된 행사에 늦을 것 같자, 참모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승용차를 버리고 지하철에 오른 것이다. 이 후보는 행사 시작 10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후보는 10일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열릴 선대위 발대식에서도 파격을 선보일 예정이다. “옛날 식으로 하지 마라”는 이 후보의 지시에 따라 국민의례나 내빈소개, 각종 축사를 최소화하는 대신, 이 후보가 직접 공동선대위원장들을 소개하는 등 다른 이벤트들을 준비했다.

이 후보는 각종 회의를 할 때에도 지위 고하를 따지지 않고 오는 순서대로 편하게 앉도록 한다. 깔끔한 양식에 신경 쓴 보고서보다는, 메모지에 필사한 것이든 팩시밀리로 받은 문서 그대로든 ‘알맹이’ 있는 보고를 선호한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 3 ‘실무가 최고다’ =이 후보 선대위의 큰 특징은 보고 단계를 간소화해서, 이 후보가 각 기구의 실무자와 직접 얘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후보가 주재하는 회의에는 주제에 관련된 사람이면 최하위 실무자까지 모두 참석한다. ‘000 위원장’보다는 담당 실무자 ‘000씨’에게 직접 묻고 답하는 식이다.

실무를 최우선으로 하는 이런 스타일은 회의 참석자들을 잔뜩 긴장시키기도 한다. 이 후보는 참석자가 질문에 즉답을 못하면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거나, 그 뒤로는 그 참석자에게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회의 때 이 후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를 중언부언하는 사람 △대안 없이 비판만 하는 사람 △자기 판단 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단순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이회창, 선대위 상임고문직 고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이명박 대통령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직 수락 요청을 고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이 전 총재와 만나 2시간여 동안 오찬을 하며 선대위 문제 등 당내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 8월28일 이 전 총재가 약속시간 3시간을 앞두고 개인 사정을 이유로 이 후보와의 약속을 취소한 지 40여일 만의 만남이다.

이 전 총재는 이 자리에서 명예직 선대위 상임고문직을 제의받고서 “2002년 정계를 은퇴한 뒤 현실정치에 참여를 안해, 지금 새삼스럽게 특정 직책을 맡아 일하기가 그렇다.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당 밖에서 편하게 최대한 돕겠다”며 완곡히 고사했다고 이 전 총재의 특보를 지낸 이흥주씨가 전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선, 이 전 총재가 여전히 대선 출마 뜻을 품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특히 지난 11일 이 전 총재 팬클럽 ‘창사랑’이 이 전 총재의 남대문 사무실로 찾아가 대선 출마를 요청하기도 해 이런 추측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흥주 전 특보는 “‘창사랑’의 정계복귀 주장이 어제오늘 얘기도 아니고, 이 전 총재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그 분들(창사랑)한테도 그런 행동을 할 시점이 아니니 자제해 달라는 뜻을 이 전 총재가 간접적으로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후보 쪽의 임태희 비서실장도 “(이 후보를 돕는 데는) 직책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인데,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건 맞지 않다”고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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