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부정선거 양상에 항의하며 경선일정을 `보이콧'중인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孫鶴圭) 이해찬(李海瓚) 후보가 조심스럽게 경선복귀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두 후보 진영은 당 지도부가 오는 14일 8개 지역의 `원샷 경선(동시경선)'을 결정함에 따라 사실상 요구사항을 어느 정도 수용했다고 판단하고 정동영(鄭東泳) 후보의 수세 국면을 활용, 최대한 '흠집내기'를 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경선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경선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정 후보가 자신에게 유리한 `리듬'을 깨는 `원샷 경선'안을 수용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더 이상 경선 판 흔들기를 계속할 명분이 약해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자신들이 요구하고 있는 선거인단 전수(全數) 조사가 당 지도부의 설명대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더 이상 추가로 얻을 것이 없는 데 당 지도부와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것은 자칫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손, 이 후보는 정 후보가 `원샷 경선'을 수용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선거인단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실시할 것"을 주장하면서 경선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 후보는 5일 오전 광화문 지하철역에서 모바일 투표 참여에 대한 캠페인을 벌인 뒤 기자들과 만나 "단지 (경선) 시간을 늦추는 것이나 원샷으로 하는 데 의미를 두면 안된다"며 "그동안 부정.부패.타락 선거의 실상을 낱낱이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경론을 고수했다.
그러나 손 후보측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물리적으로 전수조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우리도 이해한다"며 전수조사 요구와 관련, 전날에 비해 완화된 입장을 보였다.
우 대변인의 언급에서 보듯 손 후보측은 당초 내걸었던 선거인단 전수조사 대신 전북 생체협 대리접수 의혹 등과 같이 문제가 제기된 선거인단에 대해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 후보측은 또 "사법기관이 민간인들이 고발한 사건만 처리해서는 안되듯이 당도 후보측이 제기한 의혹만 조사해서는 안된다"며 "당이 형식적인 조사를 넘어 엄정하게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경선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후보는 이날 광주를 방문, 센트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선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어서 경선 복귀 선언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이 후보 캠프는 4일 밤 의원단 회의를 소집, 경선대책을 논의한 뒤 5일부터는 `중립지대' 의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등 사실상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이 후보측 윤호중 전략기획본부장은 "100% 전수조사는 어렵겠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는 선거인단에 대해 ARS(자동응답전화)가 아니라 직접 전화를 걸어 본인 의사를 확인한다는 취지라면 당 경선위로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불법 선거인단을 거의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측 김형주 대변인도 "원칙적으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촉구는 계속 하겠지만 그런 정도의 어감이라면 우리가 수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후보측은 정 후보측이 이미 당 경선위의 선거인단 조사에 대비,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ARS 전화를 통해 본인확인을 해달라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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