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내홍을 겪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오충일대표(오른쪽 끝)를 비롯한 지도부가 4일 낮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근태 의원을 비롯한 상임고문단 중진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하면서 일괄경선 실시 방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내년 총선서 호남외 득표 쉽잖고 개혁성 의문”
정후보-노대통령 결별뒤 ‘친노’ 앙금 깊어져
정후보-노대통령 결별뒤 ‘친노’ 앙금 깊어져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국민경선 파행 과정에서 ‘반 정동영 정서’가 당내에 꽤 견고하게 뿌리내리고 있음이 확인됐다. 경쟁하는 다른 두 후보 진영 뿐만 아니라 중립지대를 표방한 지도부와 중진, 초·재선 일부까지도 “정동영과는 도저히 못가겠다”며 강렬한 ‘정동영 비토(거부)’ 움직임을 보였다.
정동영 후보 역시 경선 과정 내내 격심한 고립감을 토로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최고위원회에 교감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당에서 완전히 포위됐다. ‘안티 정동영’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탄했다. 정 후보 자신이 당내 ‘반 정동영 정서’의 실체를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반 정동영’ 정서의 기저엔 정 후보가 호남, 그것도 상대적으로 세력이 미약한 전북 출신이라는 점이 핵심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인천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수도권 선거에서는 호남표에다 충청 등 중부의 표를 더해야 하는데, 호남 출신인 정 후보는 다른 지역 표를 끌어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호남표보다는 충청 등 중부 표를 끌어올 대선후보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손학규 후보는 경기 시흥 출신이고, 이해찬 후보는 충남 청양 출신이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수도권 의원들이 ‘총선 수도권 위기론’에 입각해 중부권 득표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손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경선 일정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낸 김영춘·오영식·임종석·강성종·문병호·우원식·최재성 의원이 모두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정 후보와 다른 두 후보 진영은 근본 뿌리도 다르다. 정 후보의 당내 인맥은 전문가 집단과 관료출신이 기반이다. 정 후보의 ‘천·신·정’ 그룹은 16대 국회에서 정풍운동과 정치개혁을 주도하며 개혁성을 확보했지만 탯줄은 전문가 집단에 대고 있다.
반면, 손학규, 이해찬 후보의 인맥은 운동권 출신 인물들과 친노세력이 혼재돼 있다. 이들 세력은 정통성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정 후보의 개혁성에 의문을 품어왔다. 천·신·정그룹의 천정배 후보와 재야파의 이해찬 후보가 맞붙었던 열린우리당 초기 원내대표 선거는 두 세력의 일대 충돌이었다. 두 그룹은 이후에도 당내 주도권을 놓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였다.
‘반 정동영 정서’의 배경엔 쌓인 감정적 앙금도 있다. 정 후보에 대해 가장 강한 반감을 드러내는 세력은 유시민 의원으로 대표되는 ‘친노’ 계열이다. 이들과 정 후보 쪽은 원래 앙숙이었다. 유 의원은 기간당원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정 의장과 대립하며 ‘반 정동영 투쟁’을 펼쳤던 인물이다. 이광재·백원우·이화영 의원 등 ‘친노직계’ 의원들은 정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과 결별한 이후 정 후보를 집중 공격해왔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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