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지도부의 ‘원샷 경선’ 결정이 내려진 3일 오후 회의를 마치고 당사를 나서던 오충일 대표가 지도부 결정에 반발한 정동영 후보 쪽 지지자들에게 에워싸여 오도 가도 못하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신당 14일 일괄경선 결정
당 지도부 “파국 막자” 경선도중 ‘룰’ 바꿔
정동영 대세론 제동…판세 유·불리 ‘안갯속’
당 지도부 “파국 막자” 경선도중 ‘룰’ 바꿔
정동영 대세론 제동…판세 유·불리 ‘안갯속’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지도부가 ‘일괄 경선’(원샷 경선) 카드로, 동원경선 논란의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 쪽이 즉각 반발하고 나서, 이 방안에 대한 당내 합의가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해찬·손학규 후보를 달래려 애써온 당 지도부는 이번엔 정동영 후보를 설득해내야 할 책임을 떠안게 됐다.
■당 지도부, 경선 유지에 초점=이해찬·손학규 후보가 심야 회동을 통해 경선일정 잠정 중단을 요구했던 지난 2일, 오충일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아름다운 경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합동연설회 등을 잠정 중단한다. 후보자간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대변인도 “2~3일 연설회 일정만 취소하는 것이다. 주말 경선 일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틀간의 냉각기 동안 후보들이 알아서 문제를 풀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3일, 이해찬 후보 쪽에서 제안한 ‘6·7일 경선 연기, 14일 일괄 경선’ 안을 받아들이는 수습안을 내놓았다. 소극적이고 미온적이었던 태도가 하루 만에 바뀐 것이다. 당 지도부의 이런 기조 변화는, 어떤 식으로든 경선을 파국 없이 끝마치려는 계산으로 읽힌다. 경선 틀을 끝까지 유지하려면 2·3위 후보인 손학규·이해찬 후보의 완주가 필요하다. 6일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텃밭인 전북에서 몰표를 얻어버리면, 동원경선 논란이 더욱 커지면서 손·이 후보의 경선 이탈을 막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경선 도중에 룰을 바꾸는 위험성을 감수하고라도, 1위인 정 후보의 양보를 얻어내는 게 판을 유지하는 데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판세 변할까?=지역순회 방식이 일괄 경선으로 바뀜으로써, 경선 판세도 지금보다 훨씬 유동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경선이 자발적인 국민 참여보다는 조직선거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일괄 경선으로 ‘표심’의 부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당 지도부가 ‘부정 무더기 대리접수’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유령표를 솎아내겠다고 하지만, 어차피 유령접수는 실제 투표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이것도 판세와는 관련이 없다.
그러나 이번주 경선이 연기되면, 경선의 연이은 승리를 토대로 만들어진 ‘정동영 대세론’에 일정 정도 제동이 걸리는 게 불가피하다. 충성도 높은 열성적인 지지조직이 경선지역을 돌며 집중적으로 조직 역량을 투입하는 선거운동 양상은, 일괄 경선 방식에선 효과를 보기 어려워진다. 당 지도부가 이해찬·손학규 두 후보의 주말 경선 연기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두 후보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게 분명하다. 이를 빌미로 정 후보에 대한 공세를 더욱 거세게 제기하며 여론의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 쪽이 쉽사리 경선일정 변경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동영 지지자들, 격렬 항의=정동영 후보 지지자 70여명은 이날 오후 5시10분께부터 서울 당산동 통합신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당 지도부의 경선일정 변경 방침에 격렬하게 반발했다. 지지자 대여섯 명은 오후 5시40분 오충일 대표의 기자간담회장에 들어오려다 당직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고, 6시40분 당사를 나서는 오 대표를 막아서기도 했다. 오 대표는 지지자 대표 3명과 면담을 하면서 이들을 달랬으나, 10여명의 지지자들은 밤늦게까지 당사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였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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