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부시 면담 계획 발표 경위
이명박-부시 면담 불발 왜?
미국쪽 ‘검토하겠다’ 통보를 “확정” 성급한 발표
외교관행 무시 화 자초…“외교력 문제” 내부서도 비판 미국 백악관이 2일(현지시각) 조지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면담 계획을 공식 부인하면서, 야당 후보의 첫 미국 대통령 면담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이 후보에게 남긴 상처는 작지 않다.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외교에 대한 이 후보 시각과 참모진 능력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면담 발표 과정의 문제점=이 후보의 부시 대통령 면담 추진은 강영우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위원(차관보급)이 지난달 28일(한국시각) “면담이 확정됐다”고 말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이어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이 공식 브리핑에서 “면담이 사적 경로가 아닌 백악관 ‘공식 채널’을 통해 이뤄졌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면담 확정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외교관례를 제대로 알지 못한 미숙한 행동이란 게 전·현직 외교관들의 지적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백악관 의전실이 유력 공화당 정치인들의 편지를 받고 ‘검토하겠다’고 강영우 정책위원에게 통보한 걸 마치 면담이 확정된 것처럼 발표한 건 잘못”이라며 “한나라당이 백악관 의전실에 한번이라도 확인 전화를 했다면 막을 수 있는 실수였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미 국무부의 전직 관리도 “대통령 일정을 관리하는 백악관 의전실의 관행에 대해 너무나 무지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백악관은 ‘고려하겠다’(consider)는 편지를 보낸 뒤에도, 국무부와 국가안보회의, 현지 대사관 등과 정치적 파장 등을 평가한 뒤 (면담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
즉, 강 정책위원이 백악관 의전실로부터 받은 ‘확인 편지’의 내용 중 “모든 고려(consider)를 다 하겠다”는 말을 ‘면담 성사’로 해석한 건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한 전직 대사는 “‘고려’(consider)라는 표현은, 바로 거절하기 어려울 때 쓰는 용어”라며 “‘두고 봅시다’라는 뜻으로, 외교적으론 ‘노’와 같다”고 설명했다. 이 전직 대사는 “외교관이 아니라면 (‘고려’라는 단어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비공식 경로로 추진한 것이 더 문제=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을, 정식 외교라인이 아니라 비선을 통해 주요 외교적 사안을 해결하려는 이명박 후보 진영의 사고에서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 후보는 지난 6월에도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비공식적으로 추진하다 성사가 안 되자 방미 자체를 아예 취소한 적이 있다. 워싱턴의 또다른 소식통은 “그때도 이 후보는 비선 라인을 통해, 부시 대통령이 참석하는 선거기금 모금회 헤드테이블을 예약하는 방식으로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하다가 일정 자체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 쪽 인사들은 “야당 후보가 공식 외교라인을 통해 주요 국가원수와 만나려 하면 정부가 도와주겠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엔 이 후보가 건설회사 경영자 출신으로 비공식 라인을 통해 해외 수주를 따내는 관행에 익숙한데다, ‘결과 우선주의’에 따라 관행과 상식을 파괴하는 걸 미덕으로 아는 가치관도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 전직 대사는 “적어도 우방국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면, 일단은 주한 미국대사관·국무부와 협의를 해야 한다. 공작처럼 하면 안 된다”며 “야당으로서 공식 라인을 통해선 면담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은 이해되나,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외교 약하다’에 반박 어려워져=이번 해프닝으로 이 후보는 ‘경제’는 강하지만 ‘외교’에는 약하다는 비판을 방어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또 주한 미국대사관이 면담 사실을 공식 부인했는데도 “백악관과 국무부는 라인이 다르다”며 추진의사를 계속 밝힌 것도 이 후보의 외교적 이미지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쳤다. 이 후보 진영의 한 핵심인사는 “우리 외교팀이 상식, 의전 측면에서 좋은 쪽으로만 해석한 것 아니냐는 내부 반성이 있다. 실무 차원의 전문가가 부족하고, 이 후보 자신도 외교·안보 분야의 정무적 판단에 약한 측면이 있다”며 “수습 과정에서도 잘못을 솔직히 인정해야 하는데, 모호한 언사로 회피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권태호 성연철 기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hani.co.kr
외교관행 무시 화 자초…“외교력 문제” 내부서도 비판 미국 백악관이 2일(현지시각) 조지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면담 계획을 공식 부인하면서, 야당 후보의 첫 미국 대통령 면담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이 후보에게 남긴 상처는 작지 않다.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외교에 대한 이 후보 시각과 참모진 능력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당이 마련한 개천절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마친 뒤 헛기침을 하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비공식 경로로 추진한 것이 더 문제=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을, 정식 외교라인이 아니라 비선을 통해 주요 외교적 사안을 해결하려는 이명박 후보 진영의 사고에서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 후보는 지난 6월에도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비공식적으로 추진하다 성사가 안 되자 방미 자체를 아예 취소한 적이 있다. 워싱턴의 또다른 소식통은 “그때도 이 후보는 비선 라인을 통해, 부시 대통령이 참석하는 선거기금 모금회 헤드테이블을 예약하는 방식으로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하다가 일정 자체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 쪽 인사들은 “야당 후보가 공식 외교라인을 통해 주요 국가원수와 만나려 하면 정부가 도와주겠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엔 이 후보가 건설회사 경영자 출신으로 비공식 라인을 통해 해외 수주를 따내는 관행에 익숙한데다, ‘결과 우선주의’에 따라 관행과 상식을 파괴하는 걸 미덕으로 아는 가치관도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 전직 대사는 “적어도 우방국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면, 일단은 주한 미국대사관·국무부와 협의를 해야 한다. 공작처럼 하면 안 된다”며 “야당으로서 공식 라인을 통해선 면담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은 이해되나,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외교 약하다’에 반박 어려워져=이번 해프닝으로 이 후보는 ‘경제’는 강하지만 ‘외교’에는 약하다는 비판을 방어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또 주한 미국대사관이 면담 사실을 공식 부인했는데도 “백악관과 국무부는 라인이 다르다”며 추진의사를 계속 밝힌 것도 이 후보의 외교적 이미지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쳤다. 이 후보 진영의 한 핵심인사는 “우리 외교팀이 상식, 의전 측면에서 좋은 쪽으로만 해석한 것 아니냐는 내부 반성이 있다. 실무 차원의 전문가가 부족하고, 이 후보 자신도 외교·안보 분야의 정무적 판단에 약한 측면이 있다”며 “수습 과정에서도 잘못을 솔직히 인정해야 하는데, 모호한 언사로 회피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권태호 성연철 기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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