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옮겨갈라’ 불안감
“섣부른 비판에 발목 잡힐수도”
“섣부른 비판에 발목 잡힐수도”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 쪽이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를 잇따라 비판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 후보는 지난 1일 발행된 〈한겨레21〉 인터뷰에서 “문 후보의 실체, 정체성을 잘 모르겠다”며 “비정규직을 해소해야 한다면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찬성한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고 했다. 앞서 권 후보 쪽 박용진 대변인이 두 차례 논평을 내 “문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유한킴벌리 버전일 뿐”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형탁 당 대변인도 1일 “문 후보의 시대정신은 (대통령후보가 아니라) 기업가의 시대정신”이라는 논평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런 집중포화의 이유에 대해 박용진 대변인은 “문 후보가 개혁·진보 후보라면서 우리와 정책연대도 거론했는데, 정작 그 내용은 말하지 않은 채 범여권 후보를 지향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만나고 토론할 수 있지만, 먼저 정체성을 밝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권 후보 쪽의 ‘불안함’이 이런 예민한 대응을 불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문 후보를 앞서던 권 후보가 추석을 기점으로 일부 조사에서 역전당한 데 따른 대응이란 것이다.
실제로 당 안에선 “진보적 유권자들이 ‘새 상품’인 문 후보로 옮겨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 후보는 최근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검색순위에서 5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별로 없다. 당의 대통령후보인 권 후보가 1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 기관지 〈진보정치〉는 지난달 초 ‘문국현 바람’을 기획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섣부른 문 후보 비판은 오히려 권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핵심 당직자는 “‘문국현’은 민주노동당에 대단히 민감한 주제다. 비판을 하려면 설득력 있는 근거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지금같은 수사는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에 불과해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권 후보와 문 후보는 ‘진보’ 이미지가 같아 지지·호감층이 겹치지만, ‘경제 전문가’라는 이미지는 문 후보가 갖고 있기 때문에 권 후보가 더 나은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지지층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윤철 전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권 후보는 지금 문 후보를 비판할 때가 아니다. 지지부진한 선거대책본부 구성을 마무리하고, 사회연대 전략처럼 당이 스스로 변화하면서 대안을 내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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