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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친노, ‘반 손학규’→‘반 정동영’으로 전선 급변

등록 2007-10-03 20:03

정동영 후보 반감 커 “총선공천 힘들다” 정서
일부 중진, 초·재선 정후보 공격 가세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경선 일정 중단 사태의 직접 원인은 동원·조직선거 논란이지만 이면엔 최근 당내에서 확산된 ‘반 정동영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 당내 역학관계도 ‘반 정동영 연대’를 축으로 급속히 양분되는 흐름이다. 특히 이해찬 후보 진영의 ‘친노 세력’이 이 연대를 추동하는 점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경선 초반까지만 해도 ‘반 손학규’ 분위기가 높았다. 각종 토론에서 정동영, 이해찬 후보가 연합전선을 형성해 손 후보를 협공했다. 이해찬 후보가 정동영 후보에게 “민주개혁세력이 결집하려면 손학규 후보가 되는 사태는 절대로 막아야 한다. 선의의 경쟁을 펼쳐서 우리 둘 중 한 명이 후보가 되자”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가 경선 1위, 여론조사 1위로 부상하자 형세가 급반전했다. 중립을 내세웠던 일부 중진과 초·재선 의원들이 ‘반 정동영’ 정서를 드러내며 이른바 ‘당권 밀약설’을 집중 제기했다. 뒤로 쳐진 손학규, 이해찬 후보도 연합전선을 형성하며 정 후보를 공격했다. 정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면 당권까지도 독차지해 내년 총선 공천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당권 밀약설’은 당내 ‘정동영 비토(거부)’ 정서에 기름을 끼얹었다. ‘반 정동영 정서’의 배경에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이해득실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현재 당내 ‘반 정동영 연대’는 손학규, 이해찬 후보가 공동전선을 펼치며 경선일정 변경을 요구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도부와 중진, 초·재선 의원 일부도 여기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이중에서도 특히 이해찬 후보 쪽이 ‘반 정동영 연대’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이 후보의 김형주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만약 지도부가 6~7일 경선을 중단하지 않고 정동영, 손학규 후보만 참여한 상태에서 경선이 진행되면 투표장 앞에서 시위를 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선 거부를 넘어 경선 저지까지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이 후보 캠프에서 일부 기자들에게 배포한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과 향후 기조’라는 문건에는 △정동영 후보의 사퇴와 자격박탈 요구에 총력을 기울일 것 △중립지대 의원들 우군화 작업 △모바일 투표를 포함한 경선일정 전면 연기 △6~7일 경선 강행할 경우 당 최고위원회, 경선관리위원회 탄핵 필요 △경선규칙 재조정 요구 등의 강경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후보 진영의 ‘친노’ 의원들은 정동영 후보와 악연이 깊다.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시민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도 정 후보를 독하게 몰아붙인 바 있다. 이들로선 정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면 정파로서 존립을 위협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판을 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경선 불복’이라는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경선이 중단돼 후보를 제대로 선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책임을 뒤집어 쓰게 된다. 이해찬 후보를 중심으로 모인 ‘친노 세력’이 갈림길에 서게 됐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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