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동원선거 논란으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논란의 중심인 정동영 경선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전주행 열차에 올라 굳은 표정으로 창밖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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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손학규, 이해찬 두 후보가 정동영 후보 쪽의 부정선거 의혹을 이유로 당 지도부에 경선 일정의 잠정중단을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통합신당의 경선이 중대 기로를 맞게 됐다. 자칫 잘못하면 경선 자체가 파탄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손·이 두 후보는 이날 자정 심야 회동에서 정 후보 쪽의 조직·동원 선거의혹을 ‘총체적 부정’으로 규정하고, 책임 있는 조처가 이뤄질 때까지 경선 일정을 잠정 중단할 것 등 모두 4개항을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아울러 2일 오전 소집될 당 최고위원회의의 논의 결과를 보고 전주지역 합동연설회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명시적 의사 표시는 없었지만, 사실상 ‘최후 통첩’에 가까운 요구조건을 내건 것이다. 정 후보 쪽에 강한 압박을 가하려는 뜻도 담겨 있다. 이에 앞서 양 후보 쪽은 전병헌-윤호중 의원 등 대리인을 내세워 사전 접촉을 갖고, 정 후보 쪽의 부정선거 의혹을 그대로 둔 채 경선을 계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이 후보 쪽이 극약 처방에 가까운 합의를 이루게 된 데는 당 지도부의 미온적인 대처가 직접적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쪽 김형주 의원은 “1일 오전 당 지도부를 항의 방문했지만, 여기에 확실히 대처하겠다는 아무런 액션이 없었다”며 “최고위원회의도 막연하게 ‘페어플레이 하자’는 정도에 그쳐, 좀더 강하게 환기시키자는 차원에서 이런 요구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후보 쪽 설훈 전 의원도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당 지도부가 공정한 경선이 가능하도록 확실한 조처를 취하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이런 초강수의 배경에는 이번 기회에 정 후보의 도덕성을 최대한 문제 삼아 남은 경선 일정과 모바일 투표, 일반국민 여론조사 등에서 ‘역전의 불씨’를 살려 보겠다는 심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 후보의 압박에 경찰 수사까지 겹치면서 정 후보는 경선이 시작된 이래 최대의 곤경에 처하게 됐다. 마침 1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도용한 선거인단 대리접수 사건이 정 후보 캠프와 연관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수세에 몰린 정 후보는 이날 오후 대전 합동연설회에서 공식 유감표명을 하며 파장의 조기 진화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더욱이 경찰이 노 대통령 이름 도용사건의 장본인인 정인훈(45·여) 서울 종로구 구 의원을 수사 중이어서, 그 결과에 따른 파장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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