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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공식 외교라인 ‘반발’…미, 이명박 면담 재검토설

등록 2007-10-01 20:27수정 2007-10-01 21:03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왼쪽)와 이재오 최고위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왼쪽)와 이재오 최고위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워싱턴 외교소식통 “나쁜 선례 지적 일어”
한나라 “계획 변화없다” 무산 가능성 촉각
오는 15~16일께로 예정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면담 계획을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공식 외교라인이 자신들이 배제된 채 면담이 추진된 데 불만을 보이면서, 백악관이 면담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워싱턴에선 흘러나온다. 범여권 대선 주자들도 면담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 면담 성사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두 나라 관계에 정통한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국내 정치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외국 대선후보를 미국 대통령이 면담할 경우 전세계 다른 나라들에게도 나쁜 선례가 된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와 국무부 등이 면담 문제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의 또다른 소식통은 “대통령의 일정을 관리하는 의전실에서 국무부 등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제한된 라인에서만 이 후보 면담을 검토한 뒤 답장을 보낸 것”이라며 “너무 일찍 일정이 공개되는 바람에 미국 국무부와 한국 정부에 양해를 구할 기회를 놓쳐버려 이런저런 반향이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외교라인을 통해 미 국무부 쪽에 경위 설명을 요청했고, 미국 국무부도 상의 없이 진행된 면담 결정은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한 미국대사관은 올해 초 이 후보 쪽의 부시 대통령 면담 협조 요청에 부정적 태도를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자칫 면담이 무산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면담 계획에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백악관의 면담 재검토설에 대해 “백악관의 강영우 차관보로부터 ‘현재까지 상황 변화가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면담을 주선한 이 후보 쪽의 박대원 전 서울시 자문대사는 “한국 정부에서 미국 쪽에 항의했겠지만 면담은 그대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멜리사 버넷 백악관 의전실장이 강 차관보에게 보낸 공문에 ‘고려하겠다’는 표현이 들어있는 것을 두고도, 일각에서는 “면담이 확정됐다고 볼 수는 없지 않으냐”는 해석을 한다. 그러나 박대원 전 대사는 “면담시각을 15~16일 중에 고려한다는 뜻이지, 면담 자체를 고려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강 차관보와 버넷 의전실장 사이에 사전에 구두로 협의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후보 쪽의 한 관계자는 정부 외교라인에서 불만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야당 대선후보가 부시 대통령 면담을 정부 공식라인에 요청하면 협조해주겠느냐”고 반박했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이 후보의 방미까지 보름 정도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면담이 완전히 취소는 안 돼도 형식이 바뀌는 선에서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후보의 한 측근 의원도 “(단독 면담에서) 다른 형식으로 바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범여권 대선 주자들은 면담 계획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미국 행정부의 중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지극히 부적절한 만남”이라고 했고, 같은 당 이해찬 후보도 “미국을 상전으로 모시는 후보가 어떻게 이 나라 운명을 결정하겠느냐”고 말했다. 문국현 예비후보도 “국가 외교 시스템을 유린해 외교 관례상으로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워싱턴/류재훈 특파원,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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