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경선후보가 20일 경기 화성 남양성모성지에 모습을 나타냈다. 손후보는 6개월 전 산사에 칩거한 후 곧바로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전력이 있어 이번 행보가 궁금하다. 동아일보 제공=연합
YS, 음모론 내세워 마산서 노태우 압박
이인제는 광주경선 지자 “청와대 개입”
손학규, 탈당-밀약설 제기-잠적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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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경선에 각각 나선 손학규, 이인제 경선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고 닮은 점도 많다. 두 후보는 김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국회의원과 장관이 된 ‘와이에스의 후예들’이다. 경기지사를 거쳐 범여권 진영으로 자리를 옮긴 뒤 대선 후보를 노린 경로도 비슷하다. 세 사람 모두 당적을 옮긴 이후 ‘정치적 칩거’를 통해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김 전 대통령은 통일민주당 총재 시절 일반인들의 허를 찌르며 3당 합당을 결행했다. 이후 민자당 대표 시절 내각제 합의 각서가 폭로돼 궁지에 몰리자 경남 마산으로 내려가 배수진을 치고 노태우 당시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를 따르던 민주계 의원들은 각서 파문을 ‘와이에스를 죽이려는 공작정치’라고 음모론을 제기하며 반격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박철언 당시 정무장관과 갈등을 빚을 때도 툭하면 당무를 거부하며 상황을 돌파했다. 정치적 위기에 처하면 ‘다걸기 승부’를 통해 끝장을 보려는 ‘벼랑끝 전술’의 달인이었다.
이인제 후보도 김 전 대통령 못지않은 저돌적인 정치 스타일을 선보였다. 1997년 신한국당 경선에서 패한 뒤 인기가 오르자 경선불복이라는 비난을 감수한 채 과감하게 탈당을 결행했다. 2002년 민주당 경선 초반만 해도 이 후보는 ‘대세론’에 힘입어 무난히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3월 광주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패한 이 후보는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하며 자택에 칩거했다. 이 후보는 거취를 고심하다 다시 경선에 뛰어들긴 했지만 대구, 인천 경선에서 계속 ‘노풍’이 이어지자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경선 개입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며 후보를 사퇴했다.
손학규 후보는 이미 칩거-탈당의 정치행보를 보인 바 있다. 지난 3월 닷새간 강원도·경기도 일대에 잠적했다가 한나라당 탈당을 전격 발표했다. 캠프의 한 참모는 “아무래도 손 후보가 와이에스한테 정치를 배워서 저런 방식을 자주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 후보를 지원하는 의원들은 20일 ‘정동영-김한길 밀약설’을 제기하며 위기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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