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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참여정부 가장 성공한 정부…언론·사법개혁 잘 안돼”

등록 2007-09-20 13:42수정 2007-09-20 21:25

이해찬 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선거 사무실에서 박원순 변호사와 대담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이해찬 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선거 사무실에서 박원순 변호사와 대담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박원순의 따져봅시다
박원순의 따져봅시다
이해찬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경선 후보와 박원순 변호사의 대담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이 후보 선거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이 후보가 먼저 박 변호사에게 “요즘 지역탐방하는 것 같던데, 변호사 활동은 안하느냐”고 인사말을 건넸고, 박 변호사는 “변호사 활동 그만둔 지 십년은 넘은 것 같다”며 ‘지역탐방’을 고리로 ‘매운’ 질문들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지역탐방할 때 이 후보 고향인 청양에도 가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청양의 구기자 생산량이 전국의 70% 정도 된다는데, 이 분들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친환경적 농업은 발전할 전망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농업은 중국과 가격경쟁이 안된다. 구기자는 농약을 많이 쓰는 작물이다. 갈수록 수요가 줄고 널리 유통되기 어렵다.”

-구기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추처럼 친환경으로 해서 제초제, 농약 안 쓰는 건 그래도 수요가 자꾸 늘고 있다. 시설 지원을 해줘야 한다.”

-농민들은 참여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농업을 버렸다고까지 한다. 농업 대책은?

“(목소리 높아지며)두 가지다. 전업농으로 가는 것이 하나다. 한우도 전업하는 사람은 경쟁력이 좋다. 그렇게 외국 농산물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도록, 품질 좋고 친환경적으로 발전하도록 장려하고 시설투자를 지원해야 한다. 또 농민들이 노령화돼가고 있으니 농촌 복지를 통해 전업으로 종사하지 않고서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친환경 강조했지만, 정부가 친환경을 강조하다보니 오히려 친환경 농산물이 과잉이어서 쌀같은 경우 우리(아름다운 가게)한테까지 팔아달라고 한다.

“질 좋고, 비싸고, 친환경적인 쌀은 수요가 자꾸 늘고 생산 자체가 경쟁력을 갖는다. 그냥 일반적인 쌀은 수요가 줄고 있지 않나.”

-정부가 친환경 농업에 대한 충분한 종합대책도 없이 (친환경이) 좋으니까 그냥 가라는 거냐?

“(웃으며)대책이 없는 건 아니고. 쌀 소비량 자체는 줄기 때문에 현재 전반적인 미작 생산은 줄여야 되지만, 고품질 쌀은 아직도 수요가 늘고 있다.”

이 후보는 박 변호사의 ‘집요한’ 질문이, 자신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이 후보는 “고품질 쌀은 수요가 늘고 있다”는 말을 서너 차례 반복했다.

-유기농 쌀도 생산과잉이다. 고품질 말씀했는데, 청양구기자원예농업조합장 말씀은 구기자 효능이 굉장히 많다고 하더라. 그런데 현대의학적으로 분석이 안돼 있다. 정부가 그런 건 해 줄 수 있지 않나?



[이해찬 인터뷰] “비케이21은 성공한 정책”
[%%TAGSTORY1%%]

‘BK21’ 혹평 당하는데?
“연구하는 대학 만들었다. 탈락한 사람들이 비판”



(자신의 정책 성과물을 설명할 기회라고 생각한 듯, 이 후보의 눈이 빛났다.)

“좋은 말씀했다. 총리 할 적에, 대학이 식재·약재에 관한 연구를 강화하도록 비케이(BK) 21에 그 분야를 포함시켰다.”

-비케이 21에 대해선 ‘바보’라는 얘기도 많았다.

“(단호한 어조로)아니, 비케이 21은 굉장히 성공한 정책이어서 각 대학이 선정되면 크게 펼침막을 붙이고 광고도 하지 않나. 자연과학, 공학 분야 학문 풍토를 획기적으로 바꾼 계기가 된 것이다. 비케이 21 이후부터 세계적인 저널에 논문을 쓰기 시작하고 대학원 박사 과정이나 박사후 과정 사람들이 1년에 1천만원씩 연구지원비를 받지 않았나. 대학원도 비케이 21을 확보하지 못한 데는 학생들이 적게 간다. 우리나라 교수들이 비케이 21 때문에 연구를 안할 수 없는 풍토를 만든 거다.”

-비판의 목소리는 못들었나?

“거기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차별한다고 비판 많이 한다.”

-(대선출마 선언문에서) 이케이(EK) 21 내놓으면서,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대학생이 바로 졸업하면 현장에 취업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구체안은 뭔가?

“교육 따로, 현장 따로는 안맞다. 유럽이나 미국은 대학 다니면서 인턴을 하거나 기업에 맞는 실습들을 많이 해서 자기가 갈 직장에 대한 훈련과 이해도를 먼저 높여 놓는다.”

-지금도 산학협동은 많이 하고 있다. 부산만 해도 165개 중소기업과 대학이 서로 연구개발하고, 연구개발비도 50억 정도 지원하고 있다.

“(이케이 21은) 연구개발을 공동으로 하는 게 아니다. 인력을 필요로 하는 지역 기업체와 공급하는 학교가 협약을 맺어 교육과 훈련을 병행한다.”

-왜 ‘이해찬 대통령’이어야 하는지 뚜렷이 떠오르는 게 없다.

“한반도 평화체제, 인재양성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 양극화 해소를 통한 사회 대통합, 민주주의의 성숙 네 가지를 얘기했다. 언론에선 한 가지만 뚜렷이 내세우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대통령은 결코 한 가지만 잘하는 자리가 아니고 국가를 균형있게 안정적으로 해야 하는 자리다.”

-한나라당은 경제를 내세우는데, 국민들이 그걸 가장 바라기 때문에 먹히는 것 아니냐?

“(‘허허’ 웃으며)그렇지 않다. 민주주의가 돼야 안보도 강화되고, 안보·민주주의가 돼야 경제도 발전한다.”

-그 시대의 가장 중요한 정신이라는 게 있다.

“언론이 자꾸 강요하는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참여정부 계승론, 민주정부 10년 계승론을 주창했다. 계승론은 현실에 너무 안주하는 것 아니냐?

“자꾸 왜곡하는데, 계승론이라고 표현한 적 없다. 계승·발전론이라고 했다.”

-계승·발전론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발전’보다 ‘계승’에 더 신경쓰게 된다. 새로운 변화는 없나?

(이 후보는 이 질문을 다소 억울하게 느끼는 듯 했지만, 웃음을 지으며 여유를 보이려 애썼다.)

“참여정부, 국민의 정부가 외환위기를 수습했고, 체제를 안정화시켰다. 경제적, 외교·안보적으로 안정됐다. 새로 도약하려면 한반도 평화체제도 만들어야 하고 양극화도 해소해야 하고, 인재를 양성해 국가 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 사법개혁, 언론개혁해 민주주의 성숙시켜야 한다.”

-참여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분인데, 참여정부 계승·발전론 주장하면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론과 계승·발전론 대립구도가 더 깊어진다. 정권교체는 오히려 변화나 개혁이고, 계승·발전론은 오히려 퇴보적인 걸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정권교체를 주장하지 정권계승론을 어떻게 주장하나. 여당은 정권을 계승·발전시킨다고 하지 교체한다고 할 순 없다. 기본적으로 설정되는 구도다. 우리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한계를 뛰어넘어 4대 과제를 더 발전시켜 가는 거다. 한나라당이 정권교체 한다는 내용은 고도성장이고, 우리 시대에 맞는 이론은 아니다.”

-참여정부의 한계는 뭐가 있나?

“경제적으론 두 가지다. 하나는 재정을 기업 구조조정하는 데 많이 투입하다 보니 양극화를 많이 축소시키지 못했다. 또 하나는 수출이나 대기업 쪽은 비교적 활발하게 발전했는데, 상대적으로 내수는 침체됐다.”

-전반적으론 어떤가?

“외교·국방 쪽은 튼튼하게 발전했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실현단계에 왔고,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했다. 경제 체제는 많이 건실해졌고 정경유착이 없어졌다. 제일 안 된 부분이 언론개혁과 사법개혁이다.”

-80~90점은 주시는 것 같다.

“점수 주긴 곤란하지만 내용적·정책적으론 역대 어느 정부보다 성공적인 편이다.”

-그런데 인기는 왜 이렇게 떨어졌나?

“정책과 인기는 다른 거다. 원인이야 어떻든 언론과 관계가 나빠서 국민과 소통하는 데 지장이 많았다.”

-대통령이 되면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은 가져갈 것이냐?

“객관적 보도환경을 위해 선진화방안이 좋을지, 기존 기자실이 좋을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객관적 보도·취재 환경을 개선하는 쪽으로 가는 데 반대할 생각은 없다.”

[이해찬 인터뷰] “총리때 거의 모든 갈등 해소”
[%%TAGSTORY2%%]

독선적 이미지는 약점 아닌가?
“총리 때 1800차례 회의해.거의 모든 갈등과제 해소



-이 후보는 ‘독선적이고 깔깔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결정적으로 잘못된 정책을 본인만 바르다고 생각하고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목소리가 높아지며)지금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것 중에 결정적으로 잘못된 게 뭐가 있나.”

-변양균 사건 같은 경우….

“(말허리를 자르며)그거야 본인이 잘못한 거고, 대통령이 보고를 못 받았다. 대통령이 오판을 한 거지만, 정책의 오류는 아니지 않나. 청와대 기강 해이나 관리체계의 문제점이라면 인정하겠지만, 정책적으로 그걸(변양균 사건) 하려고 한 건 아니지 않나.”

-청와대가 ‘혹시나 내가 잘못한 게 없는지’ 비판의 목소리를 겸허히 듣지 않는다면, 정책이든 스캔들이든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거다.

“총리실 홈페이지를 열어 보면 비난 글이 얼마나 많나. 다른 부처 홈페이지도 들여다본다. 그렇게 다 열려 있는데 어떻게 귀가 닫혀 있나.”

-독선적인 이미지는, 대선 후보로서 약점으로 보인다.

“자꾸 독선적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총리 재직) 2년 동안 1800차례 회의에서 거의 모든 갈등 과제를 해소했다. 가장 골치 아팠던 공공기관 이전 문제도 10여 차례 회의를 통해 단 하나의 지자체도 이의 없게끔 합의해서 배치했다.”

-참여정부의 국가 균형발전은 한계가 있다.

“원체 집중이 강화됐기 때문에 일시에 완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방 균형발전의 한 형태로 정보화 사업을 했다. 그런데 많은 곳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사는데 컴퓨터 60~70대가 가고 실제로 사용되는 건 별로 없다.

“정책은 취지가 왜곡되는 경우가 항상 발생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나 올바르게 집행되느냐를 계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부처가 자체평가를 하고, 국무총리와 예산처가 다면평가를 한다. (정부에)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너무 신뢰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는 현장 주민이나 단체들 얘기를 듣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총리실 평가가 듣는 평가다. 부처가 자기 평가 내놓으면 예산처와 총리실은 현장에서 모니터링해서 교차평가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청와대는 북쪽에서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들고 나오면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혹시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이 문제에 대해서 북쪽과 ‘허심탄회하게 한번 얘기해보자’라고 의견교환이 있었나?

“그런 얘기를 구체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서해에서의 충돌, 군사적 충돌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은 서로 논의는 하는 것이 좋겠다, 가령 그 지역을 공동어로수역으로 만들어 상호 충돌도 예방하고 경제적으로 이익을 누릴 수 있는 평화적인 이용방안을 만들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제가 먼저 한 적이 있다.”

-지난 주말 경선 결과 이른바 ‘친노 단일화’ 효과를 충분히 보지 못한 것 아니냐?

“강원도에서는 1등, 울산에서는 2등, 제주와 충북에서는 3위를 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승기는 잡은 것 같다. 그동안 한명숙·유시민 후보와 내가 셋으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이제는 세 그룹이 통합됐기 때문에 상승효과가 나올 것이다. 투표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로 봐서는 광주·전남에 이어서 바로 부산·경남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그 주간(9월 마지막주)에는 1위로 올라설 것 같다”



[이해찬 인터뷰] “참여정부 계승·발전시키자는 것”
[%%TAGSTORY3%%]

문국현과 협력 가능한가?
“정책적으로 큰 차이 없어.경선 뒤 단일화 가능해”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통합신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자리 위원회에서 같이 일한 적이 있다.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있고 정책 개발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상황을 봐야겠지만 문 전 사장과 정책적으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경선 승리 이후 단일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해찬 30문 30답

생년월일 : 1952년 7월10일

태어난 곳 : 충청남도 청양

초·중·고·대학 : 청양초등학교, 덕수중학교, 용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주요경력 3개 : 5선(13,14,15,16,17대) 국회의원, 교육부 장관, 국무총리

가족관계 : 아내 김정옥과 외동딸 이현주

종교 : 없음

한달 용돈 : 늘 빼앗길 만큼은 가지고 다님. 술 마시면 지갑 털어주는 것이 버릇이어서 내줄 정도는….

자신을 한 단어 또는 동물이나 사물로 표현하면 : 책임감

장점 : 원칙 지키기

단점 : 버럭 화내기

가장 행복했던 순간 : 가족과 여행을 다닐 때

어릴 때 꿈 : 운동선수(배구선수)

좌우명 : 경우 바르게 살자

첫사랑 : 아내(김정옥)

가장 후회하는 일 : 없다

좋아하는 연예인, 운동선수 : 야구선수 이종범 선동열, 가수 태진아

감명 깊었던 영화, 드라마 : <주몽> <화려한 휴가>

사람을 평가하는 3가지 기준 : 진실성, 성실성, 책임감

자신이 가장 멋져 보였을 때 : 술 마시고 지갑 다 털어줄 때

스트레스 해소법 : 운동

주량 : 소주 반병

징크스 : 없다

나를 가장 분노케 하는 일, 사람 : 거짓말하는 사람. 무책임한 사람

노래방 애창곡 : 무시로

취미 : 모든 운동

요즘 가장 고마운 사람 : 아내와 딸

일 잘 하고 못된 사람, 일은 못 해도 착한 사람 가운데 누구와 일할지 : 일 못해도 착한 사람

가장 심했던 슬럼프는 언제였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 1980년 투옥됐을 때, 우리나라의 운명이 왜 이런지 하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다. 전두환을 반드시 감옥에 잡아넣겠다는 결의를 다잡고 극복했다.

사주·점 등을 본 적 있는지. 봤다면 얼마나 자주 봤고, 얼마나 적중했는지 : 없음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다음날 뭘 할 건지 : 오전에는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가진 비전을 밝힐 것임. 대선에 함께 경쟁했던 주요 후보들을 초청하여 후보들의 이야기를 듣고 국민통합을 위한 협력을 요청. 취업준비생, 무주택 서민, 학부모를 초청하여 일자리, 부동산, 교육에 관한 국민들의 애로와 건의사항을 듣는 자리를 마련

정리/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인터뷰 후기

자극적 질문엔 “왜곡한다” 면박
‘버럭 해찬’ 별명 넘어야 할 산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해찬 후보의 ‘두뇌 회로’는 확실히 남다르다.

대단히 촘촘하고 정교하게 짜여있다.

박원순 변호사가 아무리 꼼꼼하게 따지고 요기조기 캐물어도 막히는 데가 없다.

“인삼을 한번 발효하면 사포닌 성분이 12배, 두번 발효하면 30배 올라간다”는 식이다. 언제 인삼 문제까지 공부했나 싶다. 이러니 19일 통합신당 경선 토론회에서 “이 후보가 수치를 말하니, 신뢰가 간다”(정동영 후보), “(통계를 모르면) 이 후보에게 전화해 물어보면 된다”(손학규 후보)라고 인정할 만하다.

또 “문제점은 세가지다. 첫째…, 둘째….”라는 식으로 풀어가는 얘기를 듣자면, 마치 막대 그래프라도 보여주며 설명하는 듯 선명하게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나 신경 회로를 도는 전기가 가끔씩 ‘역주행’을 한다.

이 후보는 1980년대 서슬퍼렇던 군사독재 시절, 동료들의 눈총을 받아가면서도 고물 포니 승용차를 구입했다고 한다. 차 안에 버너와 코펠 등을 실어두고 밤이면 아무 곳에나 으슥한 골목에 주차해 라면도 끓여 먹고 잠도 잤다. 모두들 붙잡혀가던 시절에 버젓이 활개치고 다닐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역주행이 늘 창조적인 것만은 아니다.

때론 ‘교란’으로 비치기도 한다.

이날 첫 화제로 떠오른 구기자 얘기가 그랬다. 이 후보는 고향이 충청도 청양이다. 우리 정치구도에서 크게 내세울 만하다. 그런데도 “청양 구기자 생산량이 전국의 70%다”라는 질문에 “구기자는 우리 동네 반대 쪽인 율곡 쪽이고, 나는 대치면 쪽이니까 우리 고향하고 반대쪽이다”라고 말한다. 없는 인연도 만들어낼 법한데, 거꾸로다.

또 “구기자는 농약을 많이 치는 작물이라, 널리 유통되기 어렵다”고 태연하게 말한다. 고향 사람들이 섭섭해할 것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 표정이다. 그래도 이건 솔직한 거다.

심할 경우는 사람들을 당혹하게 만들기도 한다. 가끔씩 박 변호사의 질문이 자극적일 때면 “아니라니까요”를 반복한다. 또 “박 변호사가 자꾸 왜곡하는데…”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과거 재야단체인 ‘민통련’ 시절 이 후보의 별명은 ‘쏘가리’였다. 요즘 새로 붙은 별명은 ‘버럭 해찬’이란다. 이 후보 스스로가 넘어야 할 산이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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