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발언 감시·정책 검증”
한나라 “대응 않겠다”…“솔직히 사과해야” 목소리도
한나라 “대응 않겠다”…“솔직히 사과해야” 목소리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마사지걸’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 후보 쪽은 여성단체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일부 언론의 왜곡”이라고 일축한 데 이어 이 문제에 대해 일체 무대응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박형준 대변인은 “논란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더이상 대응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또 이 후보의 발언이 문제가 된 뒤, “발마사지”, “기회균등 취지” 등의 답변을 한 데 대해서도 “발언 취지와 배경을 전달하려는 의도였다”며 “말바꾸기를 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도 이 후보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데는 내심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공개적 언급은 일절 피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여성 인권을 강조해온 여성 의원들이 궁색한 처지에 몰렸다. 한나라당 여성위원장으로, 경선에서 이 후보를 지지한 박순자 의원은 “진위를 더 두고봐야 한다”며 생각을 밝히길 꺼렸다. 이 후보의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진수희 의원도 ‘발마사지’, ‘기회균등’ 해명에 대해 “후보가 그렇게 말했으면 설명한 것이지, 말바꾸기는 아니다”며 이 후보를 옹호했다. 진 의원은 2005년 최연희 의원의 술자리 성추행 사건 때에는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가장 강도 높게 요구한 바 있다.
당내 일부에서는 여성단체에 보낸 답변서에 “기회균등 차원”이라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모호한 언급을 한 데 대해서도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름을 밝히면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 한나라당의 한 여성 의원은 “술자리에 참석한 의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마사지’라는 용어를 썼다고 한다. ‘장애인 낙태 발언’ 때처럼,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를 했더라면 수습이 더 빨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 다섯 곳도 이 후보의 답변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20일 연석회의를 여는 등 앞으로 계속 문제 삼을 뜻을 내비쳤다. 김은경 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사안의 성격상) 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지역단체까지 모여 다양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가 지역에서 민심투어를 하는 동안 침묵시위를 하는 방안, 이 후보 발언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 지역단체를 통한 대선후보 여성정책 검증 등 여성유권자 행동 차원의 다양한 대응책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계는 또 대다수 언론이 이 후보의 문제성 발언을 다루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그간 보육 발언, 충북지사 관기 발언 등 주목할 발언이 나와도 언론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며 “이렇게 유력 대선후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가 차단되는 현실에서 공정한 선거 운영이 가능한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정유경 이유주현 기자 ed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