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등 5곳 이-박 ‘대리전’…“총선 겨냥 공천 싸움” 비판도
“양쪽이 워낙 완강하다. 더는 중앙당에서 조정할 여지가 없다.”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18일 부산·경북 등 5개 지역 시·도당 위원장 선거가 경선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12일 “시·도당 위원장 선거는 합의추대 형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으나 여의치 않게 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상호 비방전까지 벌어지는 등 과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시·도당 위원장은 연말 대선에서 지역 조직책임자 자리인데다,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경선은 이명박 후보 쪽과 박근혜 전 대표 쪽의 기싸움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 후보 쪽 출마자들은 “후보와 손발을 맞춘 사람들이 더 잘 도울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반면 박 전 대표 쪽 출마자들은 “진정한 화합엔 우리가 적임”이라고 내세운다. 특히 이들은 이 후보 쪽 인사들의 당직 독식에 불만과 경계심을 품고 있다.
경북도당 위원장에 출마한 박 전 대표 쪽의 이인기 의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이 후보 쪽의) 이재오 최고위원이 직접 나서 당원협의회 위원장, 시장, 군수 등에게 줄세우기를 강요하고 있다. 해당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 후보 쪽의 김광원 의원과 경쟁하고 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시·도당 차원의 경선에 중앙당이 어떻게 개입하느냐”고 일축했다.
부산시당 위원장에 출마한 박 전 대표 쪽의 엄호성 의원도 “이 후보가 합의추대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후보 쪽의 안경률 의원과 맞서고 있다. 충남 역시 나란히 양 캠프 선대위원장을 지낸 홍문표 의원(이 후보 쪽)과 이진구 의원(박 전 대표 쪽)이 대결하고 있다. 제주와 충북은 막판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순탄치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나머지 지역의 경우 서울(공성진 의원) 경기(남경필 의원) 등 7곳은 이 후보 쪽 인사들이, 대구(박종근 의원) 경남(김기춘 의원) 등 4곳에선 박 전 대표 쪽 인사들이 시·도당 위원장으로 확정됐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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